이별은 갑자기 찾아온 게 아니었다.
천천히, 아주 서서히
우리 마음의 온도는 식어가고 있었다.
가까이 있어도 외롭고,
함께 있어도 텅 빈 느낌.
눈이 내려앉은 거리처럼,
우리 사이도 덧없이 희미해져 있었다.
어느 겨울 아침,
커튼 사이로 흐릿하게 스며드는 빛 속에서
나는 문득,
이 관계가 끝났다는 것을 직감했다.
더는 너를 원망하지도,
붙잡고 싶지도 않았다.
사랑은 결국,
스스로를 잃어가면서까지
지킬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나는 오랜 시간,
너를 향해 많은 감정을 건넸지만
화해의 말도, 이해의 미소도,
때로는 울음 섞인 침묵도.
그러나 그 어떤 것도
끝내 우리를 붙들지 못했다.
너를 용서했던 그날,
나는 어쩌면
나 자신을 놓아버렸는지도 모른다.
나는 언제나 너를 중심에 두었고
너를 잃지 않기 위해
나를 잃어가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다.
그 모든 감정의 무게가
지금 이 순간,
상실감이라는 이름으로
가슴 깊숙이 내려앉는다.
함께했던 시간들,
눈앞에 선명한 모든 기억들을
마음 한편에 뒤로한 채,
마지막으로 너의 번호를 지웠다.
“잘 지내.”
그리고,
그토록 오래 애써왔던 내 마음에게
속삭였다.
“괜찮아.”
그 한마디가
긴 겨울 끝자락에서
나에게 건네는 작은 위로였다.
겨울은 그렇게
새하얀 눈이 모든 흔적을 감추듯
모든 것을 덮는 계절이자,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하게 하는 계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