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의 마음을 조심스레 확인하고,
친구에서 연인이 되었던 그 계절이 다시 돌아왔다.
이제 그는 내 곁에 없지만,
그가 머물다 간 자리 위로
그때의 공기만이 희미한 잔상처럼 겹쳐진다.
인연의 끈을 붙잡고 있을 때는
그가 없으면 무너져버릴 것만 같았는데,
막상 마주한 혼자의 시간은
생각보다 담담하게 흘러갔다.
그래도 가끔은 그와 함께했던 순간이
문득 떠오르곤 한다.
특히 처음 가장 설레었던,
우리가 연인이 되었던 봄이 찾아오면
햇살의 온도와 코끝을 스치는 바람의 냄새 같은
사소한 감각들이 그때의 우리를
자연스럽게 불러온다.
그럴 때면 아주 가끔씩은 그가 그리운 것도 같다.
떠나간 자리에 남겨진 것은
상처뿐이라 생각했는데,
그 자리에 돋아난 것은
오롯이 서 있는 내가 있었고
이별의 아픔도 사라지는 게 아니라
내 안에 고요히 자리를 잡았을 뿐임을,
피어나는 꽃들을 보며 깨닫는다.
홀로 맞는 이 봄이,
생각보다 따뜻해서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