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다섯 해를 함께했다.
한겨울 폭설이 몰아치던 날처럼
마음이 얼어붙었던 때도 있었고,
봄 햇살처럼 따스하고 포근했던
기억들도 여전히 내 안에 남아 있다.
그와 헤어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혼자 지내는 것에도
조금씩 익숙해졌다.
그리고,
헤어지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그때 나는
사랑받고 싶어 하면서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다는 걸.
나라는 사람의
울퉁불퉁한 부분들을
누군가 다정하게 매만져주길 바라면서도,
정작 나는 그 부분들을
외면한 채 살아왔다는 걸.
그 시절의 나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스스로를 점점 더 작게 만들었다.
마치 그래야만
사랑이 오래 지속될 수 있을 것처럼.
하지만, 그 시간이 없었다면
나는 지금도 여전히
누군가의 눈치를 보며
사랑을 오해한 채 살아가고 있었을지 모른다.
그 사람이 아니었더라도,
나는 언젠가 또 다른 누군가에게
그렇게 무너졌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제는, 그 시간을 ‘후회’보다는
‘깨달음’이라는 이름으로 부르기로 했다.
비록 그 사랑은 끝났지만,
그 끝에서야 나는
비로소 나 자신을 마주할 수 있었으니까.
해가 지기 시작할 무렵,
나는 그와 자주 걷던 골목 끝에서 멈춰 섰다.
그 순간, 마음 깊은 곳에서
작은 속삭임 하나가 들려왔다.
“잘 보내주는 것도 사랑이야.
그리고 나 자신을
잘 지켜주는 건, 더 큰 사랑이야.”
지나간 사랑은
완전하지 않더라도 의미가 있다.
아프더라도,
그 안엔 분명 가치가 있다.
그 사랑이 나를 아프게 한 만큼,
결국은
나를 성장하게 했다는 걸
지금의 나는
조금은 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