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해주지 않는 엄마
2학년 아들내미가 공부방에 가는 길에 친구한테 전화를 해야 한다며 휴대폰을 가져가겠다고 했다.
휴대폰을 학원가방에 야무지게 챙기고 인사하고 집을 나섰다. 한참있다가 수업이 끝났는지 현관 비밀번호 누르는 소리가 들리고 아들이 나를 보자마자 흥분한 목소리로
“아 엄마 이거 충전을 안 해서 2% 남았어요!! 그래서 친구한테 전화 못했어요....”
하며 굉장히 아쉬워했다. 그러더니 합기도 갈 시간까지 시간이 조금 남는다며
“저 티브이 조금만 볼게요~” 한다.
이제 갈 시간이 임박해서
“쭌아 이제 30분 다 되어간다~”
하니 “네~ 끌게요.” 하고 바로 끄고 거실로 나왔다.
합기도 가방에 도복을 야무지게 챙기고 인사하고 집을 나선다.
다녀오겠습니다. 그래 잘 다녀와~
아들이 나가고 차암~ 내 아들이지만 잘하고 있구먼 생각하고 있는데 눈앞에 들어온 아들의 휴대폰.
거실 책상 위에 덩그러니 놓여 이제는 아예 꺼져버렸다. 내가 충전을 해줄 수도 있지만 그러지 않는다.
학원가방 챙기는 것도 도복가방 챙기는 것도 시간 되면 집을 나서는 것도 처음에는 실수투성이였다.
실수에서 생각을 하고 기억을 해내고 다시 시도하면서 결국에는 자기 것으로 만든다. 나는 옆에서 지켜봐 주거나 코치하고 격려해 준다. 나는 아무것도 해주지 않는다. 위험하지만 않다면 스스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에 기회를 주고 기다려준다.
내일 친구한테 전화하고 싶으면 오늘 저녁에 충전을 해놔야 한다는 걸 스스로 생각할 수 있도록 기다려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