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속 인물이 내 거울이 될 때

이입과 몰입, 그리고 다시 나로 돌아오는 과정

by 수정


상연을 보며, 나를 마주하다


은중과 상연이 내 마음에 남긴 울림



넷플릭스 드라마 은중과 상연을 보면서, 나는 자꾸만 상연이라는 인물에게 마음이 갔다.

단순한 공감이나 동경이 아니라, 마치 내 안의 과거와 지금이 겹쳐 보이는 듯한 낯선 친밀감 때문이었다.


상연은 감정의 결이 섬세하고, 과거의 불안과 상처를 여전히 품은 채 살아가는 인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잃지 않으려 애쓰며, 삶 속에서 스스로를 찾아가는 여정을 묵묵히 걸어간다.

나는 그 모습에서 내 삶을 떠올렸다.

어린 시절부터 이어져온 불안, 반복되는 방황, 그리고 후회.

누구나 겪는 과정이라 말할 수 있겠지만, 그 무게를 견디며 살아온 시간이 있었기에 나는 상연의 감정을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우리는 모두 자신을 가장 잘 알면서도 동시에 가장 모르는 존재다.

그래서 나 또한 지금도 “나는 어떤 사람일까, 나는 무엇을 원하는 걸까”를 묻고 탐구하며 살아간다.

상연 역시 우정과 사랑, 투병과 고민을 거치며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감당해야 하는지를 조금씩 선명하게 깨달아간다.

상처가 아프지만 그 상처를 통해 더 단단해지고, 더 용기 있게 자신을 마주하는 모습이 나와 닮아 있기에, 드라마를 보는 내내 마음이 아팠다.

그래서 이 드라마는 꼭 혼자 보고 싶었다. 눈물 버튼이 한두 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감정 이입의 경험이 단순한 환상이나 동경에 머무르지 않고, 나의 글쓰기에 힘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설렌다.


상연의 이야기를 통해 내가 느낀 감정들을 천천히 들여다보았다.
그 시간은 잊고 지냈던 과거의 나를 다시 마주하게 해 주었다.

나는 힘들거나 상처받은 기억이 있을 때면, 빨리 잊어버리려는 습관이 있었다.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척, 밝은 척, 더 많이 웃고 더 건강해 보이려고 애썼다.


그 감정을 온전히 직면하지 못한 채 무시하고 지나쳐 버린 경우가 많았다.

순간의 고통이 나를 뒤덮는 게 두려웠고, 더 멀리 서는 우울에 잠식될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다른 생각이나 환경 속으로 나를 던지며, 스스로와 고군분투하듯 살아왔다.

그리고 지금의 내가 있다. 스스로를 태워버리지 않고 잘 버틴 나.


나는 이제 이런 연습을 해보려 한다.

나름의 터득하게 된 생각 정리 방법들이라고 해두면 좋겠다.


첫째, 감정 노트 쓰기

단순한 일기와는 다른 방식으로, 드라마 속 장면을 보며 내가 느낀 감정을 기록하는 것이다.

“상연이 그 말을 할 때 내가 느낀 것”, “나였다면 어떻게 했을까?”, “왜 그 장면에서 이렇게 슬펐을까?” 같은 질문을 던지며 적어가는 것이다.

이는 언젠가 인물 묘사나 대사를 쓸 때 소중한 원천이 되어줄 것이라고 믿는다.


둘째, 짧은 장면 창작하기

극 중 상연이 처할 법한 상황을 상상해 작은 장면을 직접 써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상연이 은중에게 오랜 시간 숨겨왔던 상처와 감정을 고백하는 순간을 내 상상 속에서 다시 그려내는 식이다.

이 과정은 나에게 또 다른 서사의 가능성을 열어줄 수 있다.


셋째, 기억에 남는 장면 속으로 들어가기

단순히 그 장면을 떠올리는 데서 끝나지 않고, 그 인물이 되어 감정을 온전히 느껴보는 것이다.

그때의 장면 속에서 내가 느낀 그대로 표현하고 표출하며, 울고 웃기도 한 과정들을 통해 나는 캐릭터와 더 깊이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때로는 이런 나의 기질이 심리상담사를 했다면 힘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사람의 마음에 공감하고 끌려 들어가는 흡입력이 있으면서도, 그만큼 스스로 힘들어지는 면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시에 이 기질은 나의 글쓰기를 더 진솔하고 깊게 만드는 힘이기도 하다.


결국, 은중과 상연은 드라마를 넘어서 내 글쓰기와 삶에 이렇게도 의미 있는 흔적을 남겼다.

내가 감정에 이입하고 아파했던 순간들이, 이제는 나의 또 다른 의미로 기록이 되고 누군가 봐줄 수 있는 글이 되어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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