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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수정 Sep 20. 2017

사표 제출보다 먼저 한 것

퇴사일기, 두 번째 : 다음을 정해 놓으라는 조언에 대해 1

많은 사람들이 퇴사를 고민하는 이에게 조언한다. "네가 진짜 하고 싶은 것을 찾고 그만둬", "다음을 정해놓은 뒤에 그만둬" 등등 대부분 미래를 염두에 두라는 애정 어린 말들이다. 

그럴 때마다 나는 "진짜 하고 싶은 건 아무 생각 없는 여행이에요!"라고 마음속으로 외쳤다. 그리고 도저히 참을 수가 없을 때, 매일 열이 뻗쳐 얼굴이 빨개지는 상황을 겪고 나자 결심했다. 그래! 욜로하다 골로 가더라도 하고 싶은 것을 하고 가자!

사표를 내는 것보다 가장 먼저 한 것은 '여행'을 정한 일이다. 헬조선에서 한 달 이상의 여행을 할 수 있는 건, 사표를 낸 미혼만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뼈에 새겼다. 여행 갈 나라, 기간, 콘셉트 등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여행은 설렘을 선사한다. 1년간의 워킹홀리데이를 갈까, 한두 달의 유럽 배낭여행을 떠날까, 상상만 했던 남미로 가볼까, 북유럽? 동유럽? 인도 등등 여러 가지 선택지 사이의 행복한 고민. 퇴사를 더욱 즐겁게 만드는 그것은 바로 여행이다.

여행 콘셉트는 한 달의 일상과 영어 배우기.

2018년부터 공부를 시작한다는 전제 아래,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4개월. 고민 끝에 "약 한 달 동안 한 곳에서 살아보기"로 여행의 콘셉트를 정했다. 교환학생을 가보지 못한 한이 있다. 외국에서 한 달 이상 평범하게 일상을 누려보는 꿈이 있다. 그 꿈을 실현시키기로 했다. 

만나는 사람마다 '한 달 동안 외국에서 살 수 있다면 어느 도시에서 살고 싶나요?'라고 물었다. 스페인, 이탈리아, 일본 등 낭만적인 도시들에 관한 이야기도 들었다. 난 운전을 못하니까 대중교통으로도 즐길 수 있는 곳,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곳, 오래 봐도 질리지 않는 풍경이 있는 곳을 원했다. 결국, 캐나다 밴쿠버를 정했다. 유럽은 가봤고, 영어를 배우고 싶었고, 미국은 무서웠다. 캐나다의 막연하고 깨끗한 이미지에 자연스레 끌렸다. 

매일 항공권 사이트를 들락날락하면서 시기를 가늠했다. 항공권을 결제한 순간, 퇴사 의지도 동시에 확정. 더욱 즐겁게 사표를 던지게 됐다. 

다음을 정해놓은 뒤에 그만두라고 했는가. 여행을 정해놓고 그만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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