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과 쾌락 그 사이
도리안 그레이를 보고 왔다. 끝난지 두어시간이 채 되지 않은 따끈따끈한 후기이자 리뷰이다. 나는 김준수라는 가수를 좋아한다. 이 극을 선택한 이유도 김준수가 8할을 차지할 정도다. 그렇지만 정작 나는 도리안이라는 캐릭터보다 배질과 헨리에 빠져버렸다.
이 뮤지컬은 배질이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화를 그리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옆에서 아름다움이야말로 가장 옳고 중요한 것이라 주장하는 헨리때문에 아름답고 젊은 도리안 그레이가 그 젊음과 아름다움을 잃지 않기 위해 초상화에 영혼을 파는 것으로 이야기는 진행된다. 그렇지만 도리안이 타락하면 할수록 쾌락을 좇으면 좇을수록 도리안의 외모는 그대로이지만 그의 영혼이 담긴 초상화는 흉측해진다.
줄거리는 여기까지로 하고 전반적인 극에 대한 감상은 아직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사실 이야기의 기승전결이 단조롭기도 했고 진행 방향과 방식 또한 그렇게 맘에 드는 편은 아니었다. 게다가 저음이 고음보다는 부족한 김준수에게 저음으로 범벅된 넘버들은 독약과 같이 느껴질 정도로 딕션이 별로였기때문에 가사 전달이 전혀 되지 않았다. 또한 김준수의 연기력 또한 미묘했다. 연기를 아예 못하는 건 아닌데 뭔가 억양이 복잡 미묘하게 어색한 부분이 있었다. 그렇지만 역시 그의 춤과 노래는 좋았고 몸을 쓰는 연기 역시 탁월했다.
이어서 배질과 헨리에 관한 이야기를 하자면, 배질의 연기는 정말 좋았다. 안정된 톤과 발성으로 대사 전달은 완벽했고 감정선 또한 이해하기 쉬웠다. 그렇지만 노래 부분에서 조금은 아쉬웠다. 아마도 연기가 너무 좋아서 그런게 아닐까 싶다. 마지막으로 헨리 역을 한 박은태 배우는 역시 박은태 배우 답게 완벽했다. 가사에 맞는 완급조절, 완벽한 딕션, 대사 하나하나에 담긴 감정들이 모두 느껴졌다. 역시 이름있는 뮤지컬 배우는 다르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이제 넘버에 관해 얘기를 하자면 먼저 김준수 넘버들은 너무 낮은 음역대여서 김준수에게 어울리지 않았다. 김준수가 낮은 소리를 내는데 버거워 하는 게 느껴졌다. 또한 가사가 너무 뻔했다. 창작극이기에 조금 모자란 건 어쩔 수 없지만 너무나 뻔한 가사에 민망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곡은 모두 괜찮았다. 비슷한 멜로디를 조금씩 변형시켜 메인 곡들을 만든 느낌이 들었는데 도리안 그레이라는 극과 굉장히 잘 어울리는 분위기의 노래들이었다.
전체적인 별점을 매기자면 총 10점에
김준수 7점
배질 7점
박은태 9점
도리안 그레이 8점
이다. 역시 막공 주가 되다보니 배우들의 감정선도 좋았고 나름 짜임새 있는 모습을 갖추고 있어서 전혀 돈이 아깝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