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사 : 안녕하세요, 여기 '아*커' 인데요, 상담요청 번호가 남겨져 있어서 전화드렸어요!
나 : 그런 번호 남긴 적 없는......
아들 : 엄마~~~~ 그거 내가 남긴 거야!
잠시 침묵...
나 : 왜?
아들 : 키 크고 싶으니깐!
상담사와 나는 오래간만에 전화하는 친한 친구처럼 아들의 행동에 배꼽을 잡고 웃었다. 이로서 상담사와 나는 저절로 라포형성은 이루어졌다.
와.... 정말 깜짝 놀랐다. 꼬맹이라고만 생각했던 아들이 언제 컸지?
그리고 얼마나 키에 대한 걱정이 많았으면 상담까지 신청했을지...
아들의 마음을 알아보지 못한 어미의 심정은 말해 뭐 해, 철렁 내려앉았다. 사실 나는 아들의 키에 대한 걱정은 전혀 간과하지 못했다. 오히려 딸아이의 빠른 성장 속도에만 마음을 조리고 있었던 차였다.
환경의 변화에 휘황찬란하게 술렁이는 바다 같은 딸에 비해 아들은 잔잔하고 고요한 호수 같다. 아들은 감정에 대한 표현도 그리 많지 않았기에 엄마로서 무심히 지나쳤다. 손이 많이 안 가는 아이정도로 생각하고 조용히 무탈하게 성장해 주는 것을 당연하게만 여겼던 것이다.
내가 너무 무심했나? 우는 아이 젖 한번 더 준다고 징징대는 딸아이한테만 신경 쓴 것은 아닌지...
자책감에 아들에게 너무도 미안했다.
아들의 이야기인즉,
고만고만했던 친구들이 6학년이 되면서 갑자기 키가 눈에 띄게 컸다고 한다. 친구들처럼 키카 크고 싶어 인터넷 검색을 하였고 상담 요청을 했다는 것이다. 마냥 순딩 순딩한 아가인 줄 알았던 아들이 자신의 외모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드디어 말로만 듣던 2차 성징이 시작되었음을 눈치채게 되었다. 앗, 그러고 보니 목소리 톤도 중저음으로 굵어진 느낌도 들었다. 코밑에 잔털도 시꺼멓게 변했네? 눈에 띄는 성장은 아니었지만 세세하게 신체의 변화가 있다는 것을 미련한 엄마는 이제야 눈치를 채게 되었다.
그 뒤로 아*커의 담당 셀러는 끈질기게 나에게 전화를 하고 물건을 소개하였다.
상담사 : 아이가 이 정도로 간절한데 시켜주세요~! 이 시기 놓치면 크고 싶어도 못 커요! 군대 가서도 키 크고 싶다고 전화가 오는데 그땐 이미 늦었어요. 1년이 부담되면 일단 6개월부터 신청해 봐요.
하지만 나는 그 제품을 사지 않았다.
나 역시도 폭풍검색을 하였고, 이미 먹고 있다는 동네 엄마의 후기도 들어보며 수차례 고민하였다.
상담사의 말을 듣고 있노라면 당장이라고 사줘야 될 것 같았고, 사주지 않으면 몹쓸 엄마가 되는 것 같았다. 예전의 나였다면 팔랑귀는 즉시 작동되었을 테지만, 높은 금액도 부담스러웠고 무엇보다 아들의 성향을 잘 알기에 쉽게 선택할 수 없었다.
지금 우리 집 꼬마대장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운동'이다. 분명 움직이기 귀찮아하는 아들 녀석은 이 영양제를 먹으면 키가 쑥쑥 클 것이라는 광고에 현혹되어 더 많이 안 움직일 것을 나는 알기 때문이다. 심리적인 위안은 되겠지만 결코 그것이 해결책은 아니다. 내가 흘린 땀 한 방울 한 방울이 모여 살이 키로 갈 것을 인생을 먼저 살아본 선배는 확신할 수 있다. (거저 얻는 것은 없지...!!)
여기서도 '모든 것은 기본에 충실하자'라는 이론이 성립된다. 식단조절과 운동이 필요한데 먹기만 좋아하는 아들을 움직이게 만드는 것이 가장 급선무다. 덕분인지 때문인지 모를 학원스케줄 핑계로 운동을 게을리하는 아들의 태도를 변화시켜야 했다.
1년 365일 주야장천 크록스만 신는 아들의 발에 새 운동화를 신겼다. 얼래고 달래며 게임시간 30분을 늘려주기로 약속하고 공원으로 나갔다. 매일 밤, 호수공원을 걷다 뛰다 반복하며 우리의 뜨거운 여름을 보내기로 다짐했다.
하늘도 무심하시지....
이번 여름은 왜 이리도 비가 많이 오는지, 애타는 건 엄마 마음뿐이다. 호수공원 운동은 며칠 만에 중단되고 대신 집에서라도 스텝퍼를 밟기로 했다. 하지만 엄마 성에는 결코 차지 않는다. 이것도 아닌 듯 줄넘기로 갈아타기로 했다. 이놈의 자슥은 줄넘기를 하러 나갈 때마다 왜 머리가 아픈 건지, 발가락은 왜 다치는 건지... 울화는 점점 쌓여만 간다.
말로는 키 크고 싶다, 살 빼고 싶다 해놓고 행동은 전혀 움직일 생각이 없는 아이다.
아들 운동시키기, 공부시키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 같다.
'운동학원'이라는 곳이 있으면 좋겠다는 상상을 해본다. 그곳에는 다양한 운동 코치들이 있으며, 아이들의 컨디션에 맞춰 식단 짜주듯 운동 스케줄을 짜주고 운동을 시켜주는 곳. 키도 쑥쑥, 비만아를 정상아로 만들어 주는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