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1페이지, 세상에서 가장 짧은 심리 수업 365>에서
정여울 작가는 "이 세상에 '너와 나만으로 충분하다'는 느낌을 주는 그림이 있다. 그 '너'는 꼭 사람이 아니어도 좋다"(p.23)라고 말한다. 저자에게 김흥도의 <월화취생>이 있다면, 나에게는 <대추 한 알>이란 시가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다.
언제나 그랬다.
마음이 고되고 지칠 때면 이 시가 가장 먼저 떠올랐다.
말 안 통하는 아이들의 육아로 지칠 때도,
길이 보이지 않아 두려움에 허덕일 때도,
이 시는 나에게 등대처럼 불을 밝혀주고,
'괜찮아, 다 잘돼 거야'라면서 나를 토닥여 주는 것 같았다.
자그마한 대추 한 알도 둥글어지고 붉어지기까지 이런 수많은 시련을 견디어 내는데,
나라고 못할까?
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오늘도 글쓰기의 괴로운 기쁨을 이어간다.
대추 한 알 -장석주-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천둥 몇 개
저 안에 벼락 몇 개
저게 저 혼자 둥글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 밤
저 안에 땡볕 두어 달
저 안에 초승달 몇 날
ps. 나에겐 이 시가 있다. 고로 버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