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없다.
오늘의 행복을 아끼지말자구요!!!
투사와 진실.
두 단어를 생각하다 <이반일리치의 죽음>이 떠올랐다. 삶과 죽음.
왜 우리는 죽음을 목전에 두고서야 깨닫게 되는 것일까. 판사 이반일리치는 죽기 사흘 전에 삶의 진실을 알게 된다. 분명하지 않은 이유로 심각한 고통이 찾아오지만 정확한 원인은 알 수가 없다. 이반일리치의 기대와 다르게 가족들은 그의 고통에 관심을 두지 않았고, 친하다고 생각했던 지인들도 냉랭한 것은 역시 마찬가지였다.
나 역시도 약 5년 전쯤 이유 없이 어지러운 증상으로 일어나지 못한 적이 있었다. 내과, 이비인후과, 한의원 그리고 대학병원 응급실까지 갔어도 뚜렷한 이유를 찾지 못했다. 병원에서도 스트레스나 면역력저하 정도로만 진단을 내렸고 약을 먹어도 증세는 나아지지 않았다. 앉아있지도 누워있지도 못할 정도로 세상이 빙빙 도는 어지러움증은 차라리 죽음을 선택하는 것이 나을 수 있겠다는 무책임한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나의 육체적인 고통도 고통대로 괴로웠지만, 무엇보다도 엄마 없이 성장할 아이들을 생각하니 미친 듯이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
침대에 누워 자신의 삶을 돌아보았던 이반일리치처럼, 30대 후반의 나 역시도 침대에 누워 고통이 소강상태일때 마다 생각하였다. 나의 지난 시간들, 내가 죽고 나면 누가 와서 슬퍼해줄까, 아이들은 어떻게 살까? 재혼은 절대 하면 안 된다고 유언을 남겨야 하나 등등!!
나는 정말 운 좋게 어찌어찌해서 고비를 넘길 수 있었다. 다시 새 생명을 얻은 기분이었다. 죽음까지 생각할 정도의 큰 시련이 오히려 나에게는 다른 시선을 갖게 만드는 기회가 되었다.
나에게 내일은 없을 수 있다는 것, 지금 여기서 잘 살자!! 오늘의 행복을 마음껏 누리며...
무엇이 나를 아등바등하게 살게 만들었을까? 보이지 않는 먼 미래의 행복을 위해 오늘의 행복을 포기하며 내가 아닌 타인의 삶을 쫓아가기 바빴던 것은 아닐까? 나를 꽁꽁 감싸던 갑옷을 벗어던지기로 결심했다.
만족감보다 아쉬움이 많이 남았던 지난 시간들을 후회하며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일상의 행복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웃기지만,
몸이 회복되자마자 제일 먼저 한 것은 '네일아트'였다. 평상시 하고 싶어도 못했던 것, 왠지 사치라는 생각, 그 돈이면 아이들 간식을 더 사주지... 하는 마음 때문에 엄두를 내지 못한 일 중 하나였다.
늘 내가 원하는 일들은 뒤로 미루고 포기했던 일들을 하나둘씩 시도했다. 카페에 가서 마시는 커피, 나를 위한 책선물, 아이들 옷 대신 내 티셔츠 한 장, 오로지 나를 위한 틈새 시간도 만들었다.
내가 아니면 큰일 날 줄 알았던 세상은 무탈하게 잘 돌아갔고, 평상시와 다를 바 없었다. 오히려 나를 위한 소소한 선물 덕분에 삶은 더 풍요로워졌고, 반짝반짝 빛나는 햇살은 더 따사로웠다.
네일아트는 한두 번만에 금세 시들어졌다. 하고 보니 별거 아닌 것을 느끼면서 전전긍긍했던 내가 웃펐다.
이렇게 '하면 안 돼'라고 선을 그었던 일들을 행동으로 옮기면서 더 좋아지기도, 싫어지기를 반복하였다. 그런 과정 속에 진정 "리얼미"를 찾아가고 있는 것이다.
여전히 그 여정은 진행 중이며,
내가 전혀 생각지 못한 것들, 두려워 지레 포기했던 것들을 하나씩 도전하며 나도 모르던 나의 빛을 찾아가 본다.
죽음의 문턱을 다녀왔다는 것.
꼭 그리 나쁜 일만은 아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