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호텔에 간다는 것은 지방이나 다른 나라로 여행을 가야지만 누릴 수 있는 호사라고 생각했다. 스테디셀러 같은 된장찌개보다 아주 특별한 날에나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때론 더 애틋하게 느껴지는 것처럼. 호캉스는 나의 워너비다.
요즘은 호캉스가 젊은 세대에서는 대세가 되어가고 있다. 여름휴가시즌 '극성수기'라는 프리미엄을 붙여 두세 배 높은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예약은 꽉 차있다. 우리 삶에 밀접해지고 있는 것이 몸소 느껴진다.
꼬물꼬물 한 아이들을 키울 때는 무조건 캠핑이었다. 화장실 한번 가기도 힘들고, 밤에 씻지 않고 자도 아무런 거리낌 없는 그곳, 자연을 벗 삼아 신선한 공기를 마시고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행복은 충분했다. 호텔수영장이 아닌 서해안 갯벌에서 조개 잡기로 아이들을 키웠다.
아들의 체구가 엄마를 훌쩍 따라잡은 어느 날, 슬슬 꾀가 생기기 시작했다. 우리도 '호캉스 한번?'이 캠핑용품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쾌적하고 편안한 호텔을 맛보게 되었고, 와이파이가 빵빵 잘 터지는 그곳은 초등생들에게도 지상낙원이 따로 없다. 그동안 맛보지 못한 호텔조식까지 완전 신세계다.
<알뜰신잡>에서 김영하 작가는 말한다.
"또 하나는 어떤 작가의 에세이에서 본 건데 우리가 오래 살아온 공간에는 상처가 있어요. 호텔에 들어가는 순간 잘 정돈돼 있고 깔끔하고 거기는 그저 자기에게만 집중하면 되는 공간인 거죠"
"훌쩍 떠나고 싶은데 굳이 먼 나라로 갈 필요가 없는 거예요. 오직 일상의 상처와 기억을 피하기 위해서라면 시내 호텔도 괜찮아요"
호캉스, 그 마음을 품는다는 것이 사치스러운 것은 아닌가? 점점 속물이 되어가는 것은 아닌가?
질책했던 마음이 한 번에 사그라지며 방긋한 마음이 샘솟았다.
그곳에서는 '근심걱정이 없다'는 말이 왜 이리도 위로가 되는 것일까?
잠시 고단한 일상을 벗어나 모든 것에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 시간, 누구나 바라고 바라던 일이었을 것이다. 현실을 회피하고 싶었던 마음, 새로운 곳에서 얻는 에너지가 현실을 돌아왔을 때 또 일어설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값비싼 혹은 합리적인 휴식이었다. 이제야 막 백일을 지난 아기를 데리고 평상시보다 두 배나 더 비싼 호캉스를 다녀왔다는 동생의 말이 이해가 되었다.
김영하작가의 '집이 꼭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 아니'라는 말에 수천번은 공감했다. 특히 나와 같은 전업주부에게는!!
나에게 가장 위험한 곳은 거실 식탁이다. 그곳에 앉아 책을 읽으려고 하면, 쉬지 않고 쌓이는 먼지들이 나를 부지런히 간지럽힌다. 세탁기는 다 돌아갔으니 '구겨지기 전 어서 나를 빼달라'는 시위가 느껴지고, 창문밖에서 뚫고 들어오는 풀 깎는 소리와 코끝 찡하도록 찐한 풀냄새가 엉덩이를 들썩이게 만든다. 정신이 산만해지기 딱 좋은 곳. 그래서 나는 호텔대신 도서관으로 도망치듯 무의식이 나를 이끌었던 모양이다.
가장 편안히 쉴 수 있는 곳이자, 쉬고 싶어도 맘 놓고 제대로 쉬지 못하는 공간,
그곳이 정말 집. 잠시 익숙한 곳에서 벗어나 새로운 곳에서 또 다른 나를 만나고 오롯이 그 시간을 영위해 보는 것은 어떨까?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면, 내가 원하는 방법이 무엇인지 모른 채 혼란 속에서 살게 될 것이다. 잠시 나의 터전을 떠나 호텔, 도서관이 아니라도 새로운 곳에서 '쉼'을 갖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