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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살정아 Feb 06. 2023

파스타의 어제와 오늘

건강한 집밥을 가장한 스파게리~~~~

한때 파스타를 질리도록 많이 먹은 적이 있었다.


이십 대 후반쯤 소개팅이 있을 때마다 먹었던 파스타.


친하지 않은 사람과 격식 있게 얌전한 척 숟가락 위에 면을 돌돌돌 말아 조신히 먹을 수 있었던 음식.


은근슬쩍 곁눈질하며 상대방의 표정과 느낌을 살피며 먹었던 파스타의 맛은 사실 기억에 남지 않는다.


때론 두근두근 설레는 마음으로 포크로 파스타 면을 돌리기 바쁜 적이 있었고,


또 어쩔 땐 후딱 먹고 집에나 가야지 하는 마음으로 급하게 먹을 때도 있었다.


결국 나는 스파게티가 아닌 후루룩 쩝쩝대며 라면을 함께 먹었던 소박한 남자와 평생을 약속하게 되었다.






스파게티는 이렇게 추억으로 남았고, 이제는 우리 가족의 손에 꼽히는 외식 메뉴가 되었다.


우유와 버터, 베이컨이 듬뿍 들어간 까르보나라는 아이들의 최애 메뉴이다.


외식할   자주 파스타를 선택하여서 그런지 아이들의 입맛도 점점 고급 져지고 있다.


다양한 메뉴들을 알아서 시키고 맛을 평가하기까지 하며 점점 어른의 입맛을 닮아가고 있다.


하지만 한 그릇에 2만 원은 족히 하는 레스토랑을 자주 찾을 수 없기에...



스파게티를 집에서 자주 만들어 먹이려고 한다.

건강한 엄마표 집밥요리로 둔갑하여 그럴싸한 메인 메뉴가 된다.

파스타면과 시판용 소스 그리고 모짜렐라 치즈만 있다면 라면만큼 만들기 쉬운 요리가 된다.

냉장고 사정에 따라 소시지나 냉동새우, 각종 야채를 첨가하여 맛의 풍미를 더해준다.



아이들은 언제나 엄지 !



가끔 미안한 마음이 들 때면 면대신 밥을 넣고 치즈 듬뿍 넣은 리조또로 한 끼의 든든함을 채워준다.



화려한 샹들리에와 은은한 조명, 고급진 그릇 위에 놓인 우아한 스파게티의 감성은 아니지만,

말랑말랑한 치즈같이 부드럽고 고소함이 가득한 우리만의 식탁은 웃음꽃이 활짝 피어오른다.






오늘 우리가 하하 호호 웃으며 먹었던 따뜻한 음식들이 먼 훗날 아이들에게 위로가 되길 바라며 집밥을 짓는다.


어쩔 땐 맛있고, 어쩔 땐 맛없었던 엄마표 음식을 떠올리며 아이들이 먼 훗날 엄마가 없더라도 엄마를 기억해 주었으면 좋겠다.


살다 보면,


누구나 몸과 마음이 허기질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우리가 함께 나누었던 음식을 먹으며 느꼈던 행복감, 음식을 먹으면서 나누었던 대화, 느낌을 기억하며 행복을 추억하고 다시 힘을 낼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그래서 오늘도 요리 솜씨 없는 나이지만 무언가를 지어보기 위해 주방 앞에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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