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의 긴긴 겨울방학의 시간들을 보내며
피 터지게 안 싸우고
우아하게 고상한 척 큰소리치지 않고 잘 버텨온 나를 칭찬하며,
김치냉장고에 저장된 나만의 맥주를 꺼낸다.
맥주는 김치냉장고보관이란 불변의 법칙.
얼어 죽어도 아이스아메리카노?
노.노 ~~~
얼어 죽어도 아이스맥주~!
얼아맥.
무라카미 하루키도 42킬로미터를 다 뛰고 난 뒤에 벌컥벌컥 단숨에 들이마시는 맥주맛이란 그야말로 최고라고 말했다.
나 역시도 온갖 갈증을
나의 내면의 한곳에 집중시켜 한방에 갈증을 핑계로 한 답답함을 날려버리고 싶었다.
똑!!
오늘따라 맥주 캔 따는 소리가 경쾌하다.
벌컥벌컥!
아이들에게 맛있는 간식과 밥을 무기로
예습을 시키고,
있는 말 없는 말 다 갖다 붙여 온갖 칭찬으로 아이들 어깨 뽕을 있는 데로 업시키느라
이번 한 주도 고생 많았다.
이제 남은 일이라고는 온수매트로 뜨끈하게 덮혀진 이불속으로 쏘오옥 들어가
손과 발을 쭉 뻗은 채로 잠을 드는 것.
행복,
지금 여기 나와 함께 있다.
행복감을 느끼면서 사는 삶,
이거면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