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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살정아 Feb 04. 2023

커피는 엄마다.

커피인생

엄마의 사랑과 정성이 담긴 따뜻한 믹스 커피 한 잔으로부터 커피 인생은 시작되었다.




나는 젖은 머리를  수건에 말리느냐 바빴고, 엄마는 따뜻한 커피가 식을까  안절부절못한 마음으로  나를 쳐다보던 모습이 생경하게  떠오른다.


고3 시절,
엘리베이터 안의 엄마와 나의 흔한 모습이었다.

그때는 그것이 소중하고 감사한 줄 미처 깨닫지 못했다.
 
엄마니깐...
난 고3이니깐...


당연히 그렇게 하는 것인 줄 알았다.

새벽부터 일어나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다른 국과 반찬을 보온 도시락통에 정성껏 싸주시는 엄마.
그것도 모자라 아침마다 믹스 커피까지 대령이라니...

그때의 소중함을 미처 깨닫지 못했지만
내가 사랑받고 있음을 내 무의식은 알고 있었을까?

나는 커피가 좋았다.

커피를 마시면 잠이 깨는 것 같았고,
커피 한 잔의 여유라는 말처럼 커피를 마시는 동안은 쉴 수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런 이유들은 겉치레였을 뿐.

커피는 엄마였고 사랑이었다.

쌍둥이 남동생을 일찍 만나 어린 아기였던 나는 동생들 덕분에 천덕꾸러기가 되었고 동생들에게 젖병 물려주는 누나가 되어야 했다.

그래서 더욱 관심받고 사랑받고 싶었던 것이었을까?

매일 엄마의 챙김을 받는 것을 으레 당연시 여기고 그런 사치를 아주 당당하게 누렸던 내 지난날이 좀 부끄러워진다.

올망졸망한 삼 남매를 키워야 하는 엄마가 얼마나 힘드셨을까?


마흔이 지나서야 엄마의 마음이 어땠을지 조금은 가늠하게 된다.
 
육아로부터 자유로워질 연세에 또다시 손주 육아로 고단한 길을 걷고 계시는 엄마를 생각하니 부모의 사랑과 희생은 끝도 없음을 느끼게 된다.

오래간만에 새벽 아침, 믹스커피를 홀짝인다.
가슴은 먹먹하고 혀는 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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