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하다.
1인 가구로 산지 벌써 20년 차.
부모님 체제하에 5인 가구로 20여 년을 살았고, 1인 가구로 산지 어느덧 20년이 되었다. 누구보다 혼자 있기를 좋아하던 나는 나이 탓인지, 날씨 탓인지... 우수수 떨어지는 낙엽비에 마음이 바삭, 사람냄새가 그리워지는 요즘이다.
사실 나는 혼자 놀기의 고수다.
'혼자서도 잘해요' 어린이처럼, 나 홀로 집에서 잘 자고 잘 쉬고 잘 먹는다.
그렇다, 나는 명랑한 은둔자, 집순이다.
집에서 모든 것을 이루고 있다. 읽고 쓰는 것이 나의 생명줄이다. 어느 누구보다 더욱 치열하게 읽고 써야 되는 것이 나의 사명이기에 나는 이 일에 목숨을 건다. 때론 숨이 막히도록 괴로울 때도 있지만, 결국 나는 이 일을 사랑하며 천직이라 여기며 살고 있다. 혼자 잘 노는 사람이 다른 사람들과도 잘 논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어쩌다 외부 강의로 외출을 할 때면 '오늘만 사는 사람'처럼 신나게 사람들과 어울리고 들어온다.
나는 나의 공간을 좋아한다.
베란다 창문을 뚫고 들어오는 쨍한 햇살을 좋아하고, 창틀에 방울방울 매달린 빗방울을 보는 것도, 눈이 소복이 쌓인 바깥 풍경을 보는 것도 좋아한다.
거실 한 모퉁이엔 전기 벽난로가 있다. 불 꺼놓은 거실에서 벽난로 속 빨간 불멍은 세상 모든 근심들이 녹아내리는 것만 같다. 그리고 거실 한가운데를 차지하는 큰 책장과 큰 테이블은 나의 주 무대이다. 때론 작업테이블이 되기도 하고, 밥상이, 술상이 되기도 하는 만능 테이블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행위들을 사랑한다.
누구의 간섭 없이, 어떠한 것도 허용되는 이곳.
여기서 나의 과거, 현재, 미래를 꽃피우며 행복을 저장한다.
어느 흐린 날, 평소처럼 소파에 기대어 책을 읽는데 소리 없이 흰 눈이 살포시 내려앉는다. 세상은 눈꽃으로 하얗게 꽃핀다. 무릎 위에는 읽다 덮다하던 손때 묻은 책이 있고, 내가 좋아하는 노래들이 차곡차곡 흘러나온다. 온갖 욕망과 두려움으로 나를 꽁꽁 묶어 두었던 실타래를 창밖 눈 덮인 저 먼 곳으로 던진다. 눈과 함께 소리소문 없이 녹아내리길 바라며... 모든 게 완벽하다.
나는 혼자 누리는 이 시간에 흠뻑 취해 스르르 잠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