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망루피 같은 엉뚱 발랄한 내 딸,
며칠 전부터 산타 할아버지가 있느냐 없느냐, 작년에 받은 선물 '미니 텐트'는 아빠가 당근마켓에서 사 온 것 같다는 둥~ 엄마를 들들 볶기 시작했다. 제발 솔직히 말해달라는 딸의 물음에 잠시 고민했다. 분명 엄마 머리 꼭대기 위에 앉아서 물어보는 것인데 솔직히 말해주자니 동심파괴하는 것 같아 아쉽기도 하고, 산타할아버지가 있다고 말하자니 절대 사주고 싶지 않은 장난감을 들이밀 것 같았다.
아... 현실과 이상에서 오는 괴리감으로 순간 머릿속은 지진이 났다.
"얘야~ 네가 산타할아버지가 있다고 생각하면 있는 것이고, 없다 생각하면 없는 거란다!"
우리는 언제 이렇게 뻔한 거짓말에 속고 속이며 또 속는 척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커버렸을까?
어린이집에서 처음 만난 산타할아버지를 보면서 울고불고 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 이젠 '산타'를 무기로 엄마에게 딜을 걸어온다.
엄마의 두리뭉실한 답변에 아이도 체념한 듯 싶었다. 하지만 그건 엄마의 착각 혹은 바람이었다.
평상시 엄마가 절대 사주지 않을 것 같은 철판 아이스크림 메이커를 아주 당당히 요구하는 편지를 써놓은 것이다. 엄마아빠도 아닌 '산타할아버지'에게.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더니!
이렇게 잔머리 굴리는 것 보니 귀엽기도 하면서, 정신줄을 잘 챙기고 살아야겠단 생각을 하게 되었다.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고 싶은 딸아이의 노력에 오늘도 알면서 속아준다.
그래, 이번이 마지막이다! 산타행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