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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살정아 May 08. 2023

나도 어버이날의 주인공!

엄마를 부탁해.

"엄마, 소화시킬 겸 자전거 타고 올게!"

저녁밥숟가락을 놓자마자 아들은 후다닥 뛰쳐나갔다.

 

엄마의 촉이 발동되는 순간이다.


- 아까 저녁을 좀 허술하게 먹더니, 편의점 가서 컵라면 사 먹고 올려나?

- 아니면 숙제하기 싫으니깐 아파트 내 어딘가에 짱 박혀서 만화책 읽고 오려나?


미심쩍었지만 바람과 함께 사라진 아 다시 붙잡을 수도 없었다.

이따 집에 오면 입냄새부터 맡아봐야지...!




엄마의 예상보다 훨씬 빨리 돌아온 아들 손에는 카네이션과 초콜릿이 있었다.


아뿔싸~!

엄마의 촉은 어긋났고, 감동을 품에 안겨준 아들에게 미안함과 감사함이 동시에 밀려왔다.


어버이날이라고 시댁, 친정 챙기느라 정작 내가 부모라는 생각을 잊고 있었다. 어제까지 이어진 어린이날, 어버이날행사가 끝났다는 안도감으로 어버이날의 주인공이란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아~맞다, 나도 엄마지!'


어느새 아들은 훌쩍 성장하여

엄마의  심장을 두근두근 찌릿하게 만든다.




나는 중간관리자다.

양가부모님, 형님과 동생네 그리고 조카와 아이들까지 위아래로 챙겨야 하는 식구들이 많아졌다.

  

어릴 적 자주 들었던 '어른 노릇'하기 힘들다는 엄마의 이야기가 아주 정확히 이해가 된다.


이젠 알 것 같다. 그 단어에 대한 무게감.


피하고 싶다고 해서 피할 수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사람 된 도리이자  의무인 것이었다. 관계의 성장 속에서 성숙한 어른으로 익어가는 시간 덕분에 좀 더 나아진 내가 되는 것 같다.


하마터면, 잊고 지나갈 뻔한 어버이날의 이벤트를 아들과 딸 덕분에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기게 되었다.


아들, 엄마가 오해해서 미안해^^

넌 정말 감동이야.


내년이면  중1이 될 아들,

다음 어버이날도 잘 부탁할게

사춘기로 방문 닫고 안 나오는 건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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