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4월 1일.
우리 집 둘째는 생애 첫 피아노 콩쿠르대회를 나갔다.
현재 초 3학년인 딸은 초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피아노와 수영강습을 등록하였고 두 가지에만 집중하였다.
영어, 수학 등 다른 타 학원에 다니는 아이들에 비해 시간이 많았다. 덕분에 같이 배움을 시작한 친구들에 비해 진도도 빨랐고, 여유로운 시간 덕분에 천천히 피아노를 즐길 수 있었다. 현재 꿈이 피아니스트라는 딸은 피아노에 대한 3년째 열정을 키워나가는 중이다.
딸아이는 무엇이든 잘 해내고 싶은 욕심이 많다.
'콩쿨을 준비하면서 알아서 척척, 피아노 연습에 박차를 가했다'는 동화 같은 이야기를 기대하였다면
음...
콩쿨 준비는 엄마와의 전쟁이다.
- 이럴 거면 왜 대회 나간다고 하는 거니?
-연습해라! 10번 치고 나와! 언제 연습할 거니?
또 이번에도 엄마 마음만 급해진다.
딸은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은 어디서 왔는지 한없이 부족해 보이는 실력에 아랑곳하지 않고 허송세월을 보내는 아이가 된다.
-에휴~ 그래, 네 인생이지 내 인생이냐~ 상 못 타도 엄만 모른다.
막판 일주일 전,
벼락치기는 인간의 본능인가 보다. 천하 태평했던 딸도 예전과 다른 긴장된 모습으로 연습한다.
그것도 엄마 성에 차는 건 아니었지만!!!
두둥~! 실전의 날이 왔다.
새벽부터 일어나 손가락을 풀고 사뭇 긴장된 모습으로 대회장으로 출발하였다.
거의 마지막 순번에 지정된 아이는 떨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순서를 기다렸고 뾰족한 침묵 속에 피아노 무대에 섰다.
무대 위의 검은 피아노와 한 몸이 되어 고사리 같은 손으로 다부지게 치는 모습을 보는 순간 '왈칵' 눈물이 쏟아진다. 제대로 연습하지 않고 뺀질되고 엄마 속을 붉으락푸르락하게 만들던 아이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그저 사랑스럽고 기특하고 이쁘기만 하다. 강당 안에 딸과 나만 있는 듯한 감동의 도가니였다.
대회 후 아이는 엄마에게 말한다.
-엄마, 대기실에서 엄청나게 떨렸어.
엄마가 예전에 알려준 데로 두 팔을 가슴에 나비처럼 크로스하여 토닥이며 생각했어.
'그래, 나 지금 떨고 있어. 이 떨리는 마음 인정해. 이것도 나의 감정이야. 괜찮아. 잘할 수 있어!'
그 순간 엄마말을 기억하고 스스로를 응원했던 딸이 하늘만큼 땅만큼 기특하였다.
-얼마나 떨렸을까. 그 고요한 침묵 속에서 다른 아이의 피아노 연주를 들으며 자신을 지켜낸 모습에
우리 딸 정말 많이 컸구나....
가끔 엄마 속을 시끄럽게 만들지만 이대로 건강하게 잘 커 주었으면 좋겠단 바람을 갖게 되었다.
오늘도 엄마는 배운다.
엄마의 욕심, 주위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었던 마음 때문에 아이에게 집착하고 강요했다.
1학년 때부터 즐겁게 피아노 치고 좋아하며 본인의 선택으로 대회도 나갔을 뿐인데 결과가 어떻든, 그 순간을 즐기고 최선을 다하면 된 것이었다.
엄마의 과한 욕심이 관계를 망치고 화를 부른다.
아이는 차상, 28명 중의 3등 하였다. 순위에 들었다고 좋아하는 아이를 바라보며 스멀스멀 올라오는 엄마의 욕심을 또다시 잠재운다.
-아~ 어쩔 수 없는 인간의 탐욕이란....
3등도 잘했어!
이래서 자꾸 공부해야 하나 보다. 초심을 지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