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3월부터 시작한 단단 글방이 벌써 11개월이 되었다. 처음으로 완주하지 못한 1월이라 마음이 씁쓸하다.
글쓰기의 슬럼프였을까? 아이들의 겨울방학이란 핑계로 시간이 부족했던 것일까?
1월은 엄마로 살아가는 것에 나의 에너지가 아이들에게 자동적으로 옮겨졌고, 때마침 가족여행도 다녀왔다. 그렇다. 1월 완주하지 못한 나의 속이 들여다보이는 서툰 핑계다.
김영하 소설가는 말했다. "양귀자 작가님은 가정을 돌보느라 바빴는데, 매일 점심시간 30분만 소설 쓰기에 할애하기로 결심했고 그것이 누적되어 소설 <모순>이 나왔습니다."
뼈 때리는 말이다. 대작을 쓰신 양귀자작가님 앞에서 내가 지금 무슨 핑계를 댄 건지... 부끄러워지는 순간이다.
역시 '왕도는 없다. 그냥 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 시간을 만들어서라도 글은 써야 되는 것이었다.
사실 길지 않은 글쓰기를 이어오면서 '글쓰기에 대한 나의 소재와 글력'에 갈증을 느끼던 차였다.
'나의 레퍼토리는 다 바닥났다'라고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동안 무얼 하며 살아온 것일까? 내 경험은 왜 이리도 비루하고 심심하고 재미없을까. 이런 한계를 느끼자 문득 책이 고팠다. 물론 나는 늘 책을 끼고 살았고 하물며 책을 좋아하는 어른이라고 자부했다. 나는 책을 읽은 것이 아니라 글자를 읽어 내려갔음을 고백한다. 지적허영심이 가득했고, 깊이 있게 사유하지 못했다.
이제야 조금은, 아주 조금은... 책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 그것을 바라보고, 조금 더 가깝게 공감하기 위해 온 감각을 활짝 열고 그들의 삶 속으로 깊이 빠져들어간다. '책맛'을 알아가는 중이다. 내가 주인공이 되어 함께 화를 내기도 하고, 기쁠 때는 마음껏 기뻐하며 웃게 된다. 대충 읽어 내려가던 책을 이젠 책을 통해서 감정을 배우게 된다.
독서모임에서나 글쓰기반에서 느꼈던 나의 부족함을 채우기 위한 나의 의도적인 노렸이었다. 그동안 나에게 책 읽기가 꿀꺽꿀꺽 마셨던 아이스 아메리카노였다면 지금은 계란 노른자가 터질까 조심조심 마시는 뜨거운 쌍화탕 마시는 것처럼 조심스레 천천히 책을 음미한다. 그리고 계속해서 그렇게 책을 읽어가려고 한다.
나에게 '읽다'는 '경험하다'와 같았다. 내가 겪어보지 못한 이야기를 다른 이의 시선으로 느끼며 읽다 보니 그동안 나는 책을 대충 읽었구나...라는 반성도 하게 되었다. 글을 쓰기 위해 책을 읽고, 읽기 위해 쓰는 행위를 반복하며 나는 점점 책맛과 글맛에 빠져든다.
완주하지 못했지만, 비로소 책의 맛에 알아가게 되는 1월이었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앞으로 책은 어떤 맛으로 나에게 다가올지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