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털같이 가벼워진 이 마음을 달랠 길은 역시 글쓰기뿐이네요. 언제가부터 좋으나 나쁘나 하루의 마무리를 '빨리 글써야지'라는 마음으로 바뀐 저를 발견합니다.
지게차 자격증 '필기시험'에 합격했어요!!
아직 실기가 남았지만 무척이나 기분이 좋아요. 공부하는 내내 힘들었거든요. 자동차 운전면허시험공부쯤 되는 정도로 만만하게생각했지요. 겁 없이 들이대었다가 생소한용어들과 장비구조에 머리가 지글지글 끓어오르기 일쑤였어요. 하지만 오랜만에 단순 암기를 하면서 생각이 단순해지는 것을 느꼈어요. 공부는 어렵지만 마음은 편안해지는 것 같았어요. 때마침 남편과의 거리 두기가 진행 중이었을 때였어요. 자격증 공부 핑계 삼아 주말 내내 도서관으로 '착한 가출'을 통해 숨 쉴 구멍을 만들었던 것 같아요.
정말 오래간만에 느끼는 일탈의 행복이었습니다. 아이들에게도 엄마는 공부 중이니 전화기도 무음이라고 연락 못 받을 것이라고 미리 선언했죠. 정말 전화기를 무음으로 해놓고 가방에 쑤셔 넣었습니다. 공부하다 힘들면 소설책도 읽고 남들은 무슨 공부를 하고 어떤 책을 읽는지도 기웃거리며, 산책로에서 콧바람도 쐬였습니다. 나를 둘러싼 모든 굴레를 다 벗어던지고 다시 10대로 돌아간 것 같았어요. 애 둘 딸린 40대 아줌마라는 생각이 1도 아니 0도 들지 않은 순간이었습니다. 지게차에게 감사의 절이라도 하고 싶었답니다.
가끔 이런 '착한 가출'을 통해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 템포 쉬어갈 수 있는 시간. 아무 생각 없이 코앞에 닥친 자격증공부에만 몰두함으로써 지난한 고민이 잠시 멈춤이 되는 이 시간 덕분에 잡념도 사라지는 것 같았어요.
지게차는 인기 자격증 1위라고 합니다.
최근 물류센터 호황등으로 지게차 운전자를 찾는 경우가 많다고 해요. 여성들도 요즘은 이에 동참하며 지게차를 운전한다고 합니다. 다행히도 저는 지게차 자격증을 잘 써먹을 수 있게 만들어줄 아빠의 찬스 덕분에 부지런히 준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오늘 새벽, 딸아이의 서프라이즈와 아들의 빵선물 덕분에 두근거리는 마음을 부여잡고 시험을 잘 통과했습니다. 가족들의 성원 덕분에 저는 오늘도 어제와 다른 내가 되어 한뼘 성장하는 어른이 된 것 같아요.
덧) 오늘 밤은 엄마를 위해 딸래미가 어렵게 구해온 먹태깡과 시원한 캔맥주를 마실 예정입니다^^ 시험을 붙으면 축하한다고, 떨어졌으면 기운내라고 며칠 전부터 숨겨두었다는 딸입니다! 파란색 캔만 보면 엄마가 좋아하는 것이라고 아기때부터 손가락을 내밀었던 아이가 이제는 안주까지 챙겨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