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에 쉴 곳을 찾아보았으되, 마침내 찾아낸, 책이 있는 구석방보다 나은 곳은 없더라"라는《장미의 이름》의 서문에 나오는 인용구처럼 나는 책이 있는 구석방, 도서관을 좋아한다. 사실 고백하자면, 도서관보다 도서관 가는 길을 더 좋아하게 되었다.
내가 자주 가는 도서관은 호숫가를 지나 야트막한 언덕 위에 아담하게 자리 잡고 있다. 도서관을 가기 위해 꼭 지나쳐야만 하는 호수다리는 봄에는 애플민트나 로즈메리의 싱그러운 향기가 나를 반기고, 때론 울긋불긋한 나팔꽃과 이름 모를 꽃들이 나에게 꽃길만 걸으라는 듯 방긋 웃어준다. 호수 위에 동동 떠있는 어여쁜 수련, 햇살에 반짝이는 윤슬. 그런 것들을 보고 있노라면 마음의 안정과 평화가 찾아오는 것만 같다.
같은 길이지만 늘 다른 풍경이 나를 맞이해 준다. 나는 특히 '햇살'을 편애한다. 눈부신 햇살, 따뜻한 햇살, 따가운 햇살, 미세먼지 낀 햇살까지....모든 햇살을 아낀다. 아이들이 어렸을 적에도 날이 좋으면 '우리 햇살샤워하러 가자'라고 말하며 아이들을 데리고 무조건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햇살의 다양한 모습을 아이들은 온몸에 저축했다. 햇살은 복리처럼 우리에게 몇 배로 큰 에너지를 가져다 주었다. 봄, 여름, 가을 내내 부지런히 저축해 놓은 햇살통장은 아이들이 감기기운이 올것 같은 신호가 보이면 바로 치유될 수 있도록 그 값을 대신 지불해주었다. 덕분에 아이들은 잔병치레 없이 밝고 건강하게 잘 커주었고, 지금도 그렇다. 나도 마찬가지다. 햇살이 주는 은혜 덕분에 힘든 육아도 우울증없이 잘 보낼 수 있었다.
햇살과의 산책은 멜라토닌을 생성하게 만들어주었다. 그 덕에 몸과 마음의 활력을 얻었고, 긍정적인 삶의 자세도 유지한것은 아닐까? 그렇다고 믿고 싶어진다.
오늘 봄비가 내렸다. 따스한 봄기운을 품은 봄비였다. 곧 내가 가장 좋아하는 햇살에 나에게 올 것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설렌다. 이번 봄볕은 정말 따뜻할 것 같다. 그 온기, 잘 품어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