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주부의 삶은 일과 쉼의 뚜렷한 경계가 없다. 의식적으로 분리하지 않으면 티 나지 않는 집안일로 계속 몸을 움직여야 한다. 요즘같이 긴긴 겨울방학에는 부지런히 쌓이는 집안일에 피로도는 더욱 올라간다. 하지만 이젠 나도 꾀가 난다. 어떻게 하면 집안일을 최대한 미룰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집안일에서 멀어질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나의 한정된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 잔머리를 굴려야 할 때가 왔다.
그래서 생각해 낸 방식, 잔망루피.
아니고 잔망엄마가 되어보기로!
첫째,
간식을 먹고 치우지 않은 자는 그날의 분리수거 당첨자다. 정리정돈에 익숙지 않은 아이들은 간식을 먹고 쓰레기나 과자부스러기들을 있는 대로 벌려놓았다. 아무리 잔소리해도 듣지 않는 아이들의 습관도 고치고, 나의 일도 덜어낼 아주 좋은 방법이었다. 추운 날 옷을 껴입고 바깥에 나가는 것 자체가 귀찮은 아이들에게 분리수거란 아주 끔찍한 일이었다. 가기 싫다고 늘어지는 아이들에게 따끔하게 한방 먹이니, 무거운 발걸음을 질질 끌고 나간다. 양손엔 가득 분리수거와 함께. 대부분이 본인들이 먹었던 간식봉지들이니 할 말은 없을 것이다. 그렇게 몇 번씩 추운 겨울날 분리수거장으로 내려보내니 이젠 알아서 자신의 쓰레기는 잘 치운다. 이것으로 집안일 하나 클리어!
둘째,
다른 집도 마찬가지겠지만, 방학이라 함께 있는 시간이 늘어난 만큼 두 남매가 참 많이도 싸우고 지지고 볶는다. 하루에도 귀가 따갑도록 수십 번씩 "엄마~ 엄마~"를 부르며 고자질하는 두 아이에게 내린 처방이다. 먼저 싸움을 건 사람이 빨래 개기 당번이 된다. 여기서 만약, 서로 먼저 시비를 걸었다고 우기면 둘 다 빨래 널기와 개기를 동시에 시킨다. 이로서 집안일 하나 클리어!
이 두 가지로도 충분히 나의 에너지는 절약되었다. 무엇보다도 아이들에게 향한 잔소리를 덜 하게 되니 힘이 덜 들었다. 설거지도 식기세척기가, 청소는 로봇 청소기가 해주니 육체적인 피곤함도 줄어드는 것 같았다. 이젠 전업주부의 삶에 대한 경계가 생기는 듯 하다. 집안일은 최대한 미뤄서 한번에, 나에게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을 가장 우선순위로!! 이렇게 시간을 분배하고 보니 마음의 여유도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