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격증이 뭐길래!

됐고, 글이나 쓰자!

by 햇살정아


띵동~!


"11월의 마지막 이벤트 과정으로 선착분 10분에게 수업료 60% 할인쿠폰을 지급해드릴 예정입니다."



맘 카페 알림 소리에 단 1초의 고민도 없이 클릭한다.

오늘도 역시 나를 호객하는 평생교육원 민간자격증 광고 글이다.

오늘은 10만 원 상품권 받아 가라는 상냥한 멘트까지 더해져 나를 유혹한다.


보육교사? 방과 후 교사? 청소년 지도사?

놀면 뭐하노! 언제 어떻게 쓰일지 모르는데 자격증이나 따 볼까?

육아만 12년 차인데 보육교사가 나으려나? 아니면 이제 우리 아이들도 곧 청소년인데 청소년 지도사가 나을려나?


오늘도 수많은 물음표를 남긴다.




2년 전, 사회복지사 2급 자격증 이론 과목을 수강하였다.


경단녀에게 자격증이란 '보험'과도 같다.

지금 당장 쓰이지는 못하지만, 이것이 언젠간 황금알을 낳는 거위처럼 효자 노릇을 할 아이!

마치 보증수표처럼 허한 내 마음을 채워줄 든든한 무기와도 같았다.

전망이 좋다는 사회복지사 자격증 하나만 있으면 경단녀의 생활을 청산하고 나도 사회에 이바지하는 '어른이'가 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사회복지 담당 인원 향후 5년 동안 충원, 다양한 분야에서 일할 수 있는 전문직….'


어쩌고 저쩌고 구구절절 적혀있는 자격증의 필요성을 다 읽지도 않은 채 덜컥 이론 과목을 수강했다. '전문직'이라는 말 한마디가 왜 이리 달콤했던 것일까?


전문직이 도대체 뭐길래, 사람 맘을 들었다 놨다 하는지…….


누구나 그렇듯 이론은 쉽게 학점을 이수할 수 있었다. 대충 강의 틀어놓고 집안일하기 다반사였고, 시험도 오픈북이어서 별 부담 없이 Ctrl+F 키를 눌러가며 쉽게 패스할 수 있었다.


문제는 실습이었다.

실습 장소 찾는 것이 최대 난관이었다. 전화를 거는 곳마다 매번 거절당하기 일쑤였다.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포기를 고민할 때쯤 면접 보러 오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떨리고 부푼 마음은 정말 오래간만에 느끼는 감정이었다. 심장의 쫄깃함은 반갑기만 하였다. 고작 3주의 실습을 위해 최대한 단정하고 똑똑해 보이도록 차려입고 '노인재가복지센터' 면접장으로 향했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면접관은 나타나지 않았고 전화도 받지 않았다. 불안은 점점 화로 바뀌었다.


사회복지 실습기관은 갑 중의 '갑'이다. 더군다나 코로나 여파로 요양원이나 아동복지센터에는 외부인원 출입을 금지하라는 명령 때문에 늘어나는 실습생을 다 받아 줄 여력이 없었다. 그 사정을 모르는 것도 아니지만 적어도 전화는 받아야 하는 건 아닌가?


하지만, 나는 '을'이었기에 며칠 뒤 다시 연락을 취했고 또다시 면접 일정을 잡았다.

역시나 이번에도 면접관의 얼굴은 볼 수 없었다.

곧 전화상으로 센터의 잠긴 비밀번호를 알려 주어 입실할 수 있었고, 알아서 사진 찍고 가라고 하였다.


주인 없는 사무실이라 그런지 냉기는 더욱 곤욕스럽게만 느껴졌다. 대충 사진 찍고 보고서만 작성하면 쉽게 자격증 딸 수 있겠네… 하는 마음이 순간의 불편함을 충분히 참을 수 있게 만들었다.


허연 입김이 나오고 차가운 의자에 앉아 업무 보는 모습, 인형 탈을 정리하는 모습, 사무용품 청소하는 모습 등 카메라 버튼을 신나게 누르기 시작했다.



© maltehelmhold, 출처 Unsplash



면접관은 나의 셀카 놀이를 확인하려는 듯 다시 전화했다.


"저기요, 후원금은 얼마 내실 예정이신가요?"

"네? 실습 비용은 20만 원 아닌가요?"


"실습 비용은 20만 원 맞고요,

노인분들에게 음식도 대접하고 물품들을 보내드려야 해서 후원금을 모으고 있어요.

보통 실습생들은 100만 원 정도 내셔요."


앗!

이게 말이야 된장이야?

울고 싶었다. 자격증 취득을 위해 100만 원을 더 내야 한다고?


은근히 재촉하며 나의 의중을 떠보는 면접관 앞에서 대답해야 했다.

돈이 아무리 남아돌아도, 전문직이 아무리 고파도 그 면접관이란 놈한테는 절대 주고 싶지 않았다. 일단 생각해 본다고 말한 뒤 도망치듯 그곳을 빠져나왔다.


화장실 다녀와서 똥 안닦은 기분이 이런 것일까?

찝찝했다.




출처 : 픽사베이


내가 애타게 연락할 땐 껌 씹듯 씹어버렸던 그의 전화는 무척이나 소란스러워졌다.

다시 이야기 나누자고, 조율도 가능하다고….

문자까지 남겨가며 나에게 회유하는 듯 손을 뻗는 모습이 꼴도 보기 싫었다.


돈으로 가짜 행복을 사려고 했던 나, 실습생들을 자신의 밥벌이로 여겼던 그.

우리 모두의 잘못이었다.

차라리 나 같은 사람, 그와 같은 사람은 사회복지업무를 포기하는 것이 사회복지를 위한 일임을 깨달아야만 했다.


그래서 나는 포기했고, 그는 모르겠지만...

여전히 먹잇감을 향해 눈을 부릅뜨고 있지 않을까 감히 슬픈 상상을 해 본다.




하지만 출산의 고통을 금세 잊고 둘째를 임신했던 것처럼,

오늘도 맘 카페를 서성인다.


어디 좋은 자격증 없나?


됐고, 글이나 쓰자!!



© 6689062,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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