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비슷하겠지만 나 역시도 결혼 전에는 엄마가 해준 밥을 먹을 먹고, 엄마가 빨아준 옷을 서랍 속에서 꺼내 입는 것을 당연히 여기며 살았다.
이젠 내가 살림을 책임지는 일상을 보낸다.
내 손을 거치지 않으면 안 되는 일들로 하루를 꽉 채운다.
그러한 '살림'이라는 일에도 권태기가 찾아온다. 하지만 마음껏 권태기를 누릴 여유도 시간도 없다. 하루라도 손을 놓게 되면 집안은 엉망이고 징징 대는 아이들의 등살에 몸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
불평한다고 나에게 어떠한 위안이 되지 않음을 깨닫게 되었다. 어차피 내가 해야 할 일 '즐겁고 빠르게 후다닥 해치우자'라는 마음으로 시작한다.
'괜찮아, 좋아'라고 말하는 순간, 마법에 걸린 소녀처럼 정말 괜찮아지고 좋아진다.
오늘은 나만의 주방 살림 루틴을 칭찬한다.
일주일에 한 번만 밑반찬을 만든다. 내가 대부분 만드는 반찬들은 어렸을 적 먹었던 음식들이다.
들기름과 깨소금으로 마무리한 멸치볶음, 순한 맛보다 매운맛을 더 좋아하는 아이들을 위한 매콤 달달한 진미채볶음, 검은콩을 끓는 물에 데친 후 간장과 설탕, 물엿으로 조린 콩자반, 가끔 일찍 퇴근하는 남편을 위한 어묵볶음, 가장 만만한 콩나물무침 혹은 숙주나물 무침.
그리고 제철에 나오는 재료로 건강한 요리를 만들려고 노력한다. 매번 순서를 바꿔가며 반찬을 만든다.
어렸을 적 익숙한 반찬들이 지겨워 엄마에게 반찬투정하던 내가 이젠 그 맛이 그리워 그것을 흉내 내고 있다. 10년 넘게 나의 손맛에 길들여진 아이들과 남편이 이젠 집밥이 최고란다.
소박한 음식으로 채워진 식탁은 어느새 가족의 수다와 행복한 웃음으로 풍성해진다.
주방 살림의 핵심은 냉장고 정리다.
어떤 채소가 있는지, 어떤 양념류가 자리 잡고 있는지. 유통기한이 지난 것들이 울고 있는 건 아닌지 잘 확인하고 사야 할 것들을 기록해 둔다. 특히 먹어도 먹어도 배고픈 아이들의 비상간식 확인은 필수다. 대형마트에서 사 온 대용량의 식재료들을 소분해서 정리해 놓고 친정 부모님이 뜯어다주신 봄나물도 서랍 안에 가득 채워놓는다. 마트처럼 코너별로 정리되고 채워진 냉장고를 보면 부자가 된 듯 뿌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