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구인가 시샘인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키우다 보니 십 년이 일 년처럼 흘러가 버렸다. 그렇게 삼십 년을 아줌마로 살아가고 있다. 원하든 원치 않던 아줌마가 되었다.
길을 걸어가는데 누군가 '아줌마'하고 부르면 처음에는 나를 부르는 줄도 몰랐다. 그다음엔 내가 아줌마로 보인다는 것에 충격이었다. 그 뒤론 일부러 못 들은 척했다. 그러다가 언제부터인지 '아줌마'하고 부르는 소리가 들리면 자동적으로 돌아보고 있었다.
아줌마가 된다는 것은 신분 하락이었다. 그 누구도 아줌마를 존중하지 않았다. 하물며 아줌마인 나도 아줌마를 무시했다. 왜 아줌마는 무시되는 존재일까?
아줌마가 특별히 사회에 해를 끼치는 존재도 아니다. 오히려 가족을 부양하느라 자신을 희생하는 위대한 여자들이 아니던가. 무시를 당할 만큼 무지렁이도 아니다. 오히려 고학력에 자식을 똑 부러지게 키워내는 우먼들이 아닌가.
그런데 사회는 왜 아줌마를 무시하는 것일까? 존중받지 못하는 아줌마가 되기 싫어서 나는 그런 아줌마 아닌 척 돌아서 같이 비웃고 있었다. 왕따 당하지 않으려고 왕따 당하는 친구를 앞장서서 왕따 하는 아이처럼 비겁하게 나를 포함한 많은 이들이 아줌마를 기피하고 왕따 시키고 있었다.
며느리가 시댁에 가기 싫은 가장 큰 이유가 서열 때문이다. 내가 며느리 되어보니 시댁에서 서열이 순위가 없었다. 온갖 일은 제일 많이 하면서 대우는 제로였다. 이러하니 어느 며느리가 시댁에 가고 싶겠는가? 도대체 왜 인정을 해주지 않는 것일까? 소속되어 있으나 소속감이 느낄 수 없는 0순위가 되어야 하는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 정신병원에 갇힌 기분이 이렇지 않을까 싶다.
아줌마도 사회에서 0순위이다. 그녀들이 하는 일은 세상에서 가장 많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시당하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젖 먹던 힘까지 짜내어 가정을 지켜내건 만 돌아오는 건 억척스럽다는 둥 이기적이라는 둥 아예 사회법을 모르는 무지렁이로 밀어붙여버린다. 너무 잘하면 호구가 되는 것일까.
아마도 아무나 하지 못할 자기희생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 흉내 낼 수 없는 희생이 무서운지도 모르겠다. 어머니가 되어 보지 않은 사람은 할 수 없는 희생이다. 그녀들은 자식을 낳아 키우니 신과 같은 존재이기도 하다.
하긴 예수도 신이 되기 이전에는 십자가에 못 박혀 피 흘려 죽을 정도로 박해당하지 않았는가. 그러고 보니 아줌마는 너무 위대해서 무시당하는 것 같다.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을 해내는 그녀들이기에 시샘을 받는 것이다. 어쩌면 아줌마에 대한 무시는 아줌마의 위대함에 대한 반증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