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줄
가슴이 답답하여 잠에서 깨어나니 이유를 알 수 없는 슬픔이 가득하다.
원인을 모르기에 잠이 다시 쉬이 오지 않는다.
내가 왜 이러나
이렇게 미쳐가는가
정상이 아니야
자꾸 혼잣말을 큰소리로 해대고 답을 원하지 않는 말들을 씨부리고 있다.
한밤중에 깨어보니 슬픈데 그것도 너무 슬픈데 울지 못하는 나
이유가 뭘까
어제 기분 나쁜 일 때문일까
에이 설마 그깟 일로 자다 깰 정도는 아니지.
멘탈이 그리 허약한 나는 아니지. 암.
그럼 뭐지?
그러다 갑자기 이유가 떠올랐다.
오래 묵은 것도 있고 최근 것도 있고 어제 것도 있고 이유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너무나 명료하여 이백프로 이해가 되었다.
그렇게 슬픔이 달래지자 다시 잠이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니 그렇게도 명료했던 원인들이 밤새 퇴색해 버렸나 보다.
오늘은 푹 자고 내일 정리하자 생각했는데 일어나 보니 그 깊었던 감정이 어디론가 사라져 보이지 않는다.
억지로 기억 속에서 꺼내보지만 분석할 의미를 느끼지 못하겠다.
그렇게 가슴 아팠던 이유인데 맛이 가버렸다.
그래도 슬픔은 달래졌으니 되었다.
신경줄이 너무 널려 있었나 보다.
나뭇잎이 거의 떨구어진 한겨울 나무에는 잔가지들만 남아 있다.
나무에 가지가 그렇게 많은 줄 몰랐다. 그동안 나뭇잎에 가려져 보지 못한 잔가지들이 정말 무성했다.
나의 신경줄도 이렇게 무수하게 뻗혀 사방팔방으로 촉수를 날리는 날이 있다.
그렇게 수많은 신경줄이 바람에 흔들리면 편히 쉬기 어렵다.
두 공기의 탄수화물에 두어 잔의 알코올로 신경을 잠재우고 겨우 잠이 든다.
그래도 중간에 깨어 슬프다고 마음이 울부짖는 날이 있다.
그럴 땐 묵은 감정부터 최근까지 감정까지 단숨에 해결할 원인을 찾아 달래야 한다.
내 마음이지만 참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그래도 내 마음이라고 달래어지는 것을 보면 신통방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