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맞추다
시각이 70프로 청각이 20프로 나머지 감각이 10프로를 차지한다고 한다.
시청각이 모든 것을 좌우한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녀는 유독 시각에 모든 것이 집중된다.
가령 영화를 본 사람들이 영화 속에 믹스된 음악에 대해 논할 때 그녀의 머릿속은 음악에 대한 기억이 하나도 없다. 그녀가 음악을 들으려면 장면을 피하기 위해 눈을 감아야 들린다. 한마디로 그녀에게는 장면 때문에 음악이 소음화되어 들리지 않는다.
여자들은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그녀는 그렇지 못하다. 오로지 한 가지만 할 수 있다. 다른 것은 아예 보이지도 생각하지도 못한다. 그래서 어딘가 덜떨어진 사람처럼 보이는 경우가 허다하다.
길을 갈 때 그녀의 그 어리바리한 모습이 유독 눈에 띈다. 자기 생각에 빠져 몸이 어디를 향하고 가는지 주위에 어떤 사람들이 있는지 인지를 못한다. 그저 본능적으로 몸이 움직일 뿐이다. 주변 사람들은 그저 스쳐가는 차창 밖의 가로수인 것이다.
그러다 보니 그녀의 허술한 모습에 사람들이 쉽게 접근한다. 사람들이 쉽게 길을 물어보고 사이비 종교인들이 자주 접근하고 사기성 도움을 요청하는 이들도 쉬이 접하게 된다. 하물며 지나가다 눈이 마주친 사람이 자신의 일상을 오분도 안 되어 말하는 이도 있다. 그녀가 무심히 고개를 들면 그녀와 눈을 마주치기 위해 준비된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다. 그런 것들이 그녀를 방해하고 귀찮게 한다.
그래서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는 생각을 하지 않으려 노력하고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 노력하지만 잘되지 않는다. 일단 눈을 마주치지 않으면 사람들은 접근을 쉽게 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것만이라도 어디인가.
사람들을 아예 보지 않게 되니 스쳐 지나간 사람들 얼굴이 기억나지 않는다. 옆에서 같이 가던 동행이 방금 지나간 사람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 못 봤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다. 그렇게 사람들을 스쳐가 버리니 점점 가까이 있는 사람들도 스쳐 보내고 있었다.
사람들에 대한 관심을 잃어가고 있어 당황스러운 때가 있다. 방금 지나간 사람의 가벼운 목례의 인사를 인지하지 못해 무시하게 되고 아는 척해야 할 때 그냥 가버리는 경우가 자주 발생했다. 상대가 굳이 쫓아와 말하지 않는 이상 얼굴을 보지 못했으니 누구인지도 모르는 무례한 인간이 된 것이다.
이는 사회 속에 살아가는 데 커다란 오류가 발생한 것이다. 자신의 방어를 위한 방법이 오히려 침해가 된 것이다. 이젠 반대로 의도적으로 사람을 보려고 노력한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상대가 자신한테 더 은밀한 관심이 있는 줄 알고 질척거려 아무런 의도가 없던 그녀를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사람들은 어떻게 그렇게 잘도 인지하고 흘려보내는지 알 수 없다. 그 중간 어디에 노하우가 있을 것 같은데 중간이란 것이 없는 그녀에게는 그것을 익히기가 어렵다. 그녀는 모자란 인간인가.
'될 수 있으면 모르는 곳에 왔으면 무조건 눈을 마주치지 말자. 그들이 안 볼 때 몰래 그것도 재빨리 얼굴을 보자. 그리고 절대 눈은 맞추지 말자. 눈을 맞추면 뭔가 할 말이 있다는 뜻이 된다.' 등등 나름 대책을 찾아본다.
아직도 어렵지만 그녀가 남들에게 어떻게 보이는지 이유를 알게 되어 괴롭지는 않다는 것이 수확이다. 혼자 있을 때가 제일 편하기는 하지만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도 좋으니 그때그때 따라서 처신하면서 살아가는 수밖에.
산책할 때는 특히 아무리 경계망이 허술하더라도 침범하지 말고 스쳐 지나가 주면 바랄 것이 없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