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호응
행사 중간에 마술 쇼가 있었다.
일부러 찾아서 본 적은 없다.
행사의 긴장과 지루함을 풀어내기 위한 간단한 쇼이거니 하면서 기대 없이 무심히 보았다.
'어머나~~ 아이고!! 어~ 아아!' 연신 감탄을 하면서 손뼉을 치고 웃는 내가 있었다.
마술사가 박수 치라하면 치고 환호하라 하면 하면서 열심히 호응하고 있었다.
옆에 사람이 재미있냐고 묻는다.
"네! 엄청 재밌어요!" 대답하며 일별하고 바로 마술에 집중하고 있다.
스카프를 날리고 그 속에서 비둘기가 나오고 그 비둘기가 알을 낳고 비둘기가 사라지고 카드가 휙휙 날아다니며 사라지고 스카프의 색깔이 변하고 무작위 숫자를 곱하고 더하다 보니 현재의 날짜와 시간이 분까지 정확하게 나와 소름 돋게 하는 등.
마술사의 손놀림과 동작들이 휘리릭 할수록 감탄 지수는 높아만 간다.
시청각에 거의 구십 프로 이상을 의존하며 살아가는 인간의 심리를 이용한 것이 마술이라는 것은 알았지만 막상 눈앞에서 있던 것이 사라지니 놀랄 수밖에.
'사기야! 마술은 속이기야!'
언젠가 매스컴에서 마술에 대한 것을 파헤쳐 사람들의 눈앞에서 어떻게 시선을 돌리게 만드는지 알려준 정보를 두리뭉실 결론지어 생각하며 처음엔 의심의 눈초리로 지켜보기 시작했다.
보다 보니 그 의심은 어디로 사라지고 눈앞에서 펼쳐지는 것에 빠져들고 있었다.
마술사가 가짜가 아니라며 속이는 것이 아니라며 보고 있는 내빈 중에 한두 사람 지정해서 직접 체험하고 보게 해 주니 의심은 사라지고 마술사의 예술적 손놀림에 홀려 들었다.
무대 위의 왜소했던 검은 제복의 마술사가 빛나 보였다.
호기심은 다 사라지고 팍팍한 의심증만 남은 재미없는 노년기에 다가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내 속에 아직 호기심과 상상력이 있고 호불호가 왕성하게 살아 있는 것 같아 너무 좋았다.
오래간만에 세상이 활기 있게 느껴졌다.
옆에 사람은 재미가 없는지 박수도 살살 치고 조용히 보고 있더니 어느새 나가고 없다.
내가 너무 시끄럽게 반응해서 나간 걸까.
그 사람의 잔잔한 반응에 비하면 나의 반응은 호들갑에 가까웠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정서불안처럼 감정 노출이 심해 조율 안 되는 장애인 같았나 보다.
내게 재밌냐고 묻는 옆사람의 표정에서 그것이 보였다.
'장애인이 뭐 따로 정해져 있나. 뭐 선 넘으면 장애이고 다시 돌아오면 비장애이지 그게 뭐 대수라고.' 혼자 생각하며 그냥 나를 그 시간을 즐겼다.
젊어 보이지만 십 년 넘게 마술을 하고 있다는 그 마술사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무얼 하나 하려 해도 그 한 가지를 십 년 이상은 해야 장인이라는 말을 들을 수 있다 한다.
그 한 가지를 십 년 이상 하려면 얼마나 반복적으로 같은 것을 되풀이해야 할까.
쉽게 지루해하는 사람들의 본성상 견디기 어려운 시간이다.
무대에 서기까지 반복적인 동작들을 연습하면서 얼마나 지루했을까.
당장의 성과가 보이지 않는 무의미함과 싸우는 내면의 과정을 견뎌내는 인내가 짐작된다.
조금만 반복되어도 내던져 버리고 싶은 것이 일상인데 그것을 버텨낸 십 년은 기교를 넘어 장인이다.
장인의 삶은 그리스 신화의 굴러 떨어지는 바위돌을 끊임없이 다시 끌어올리는 시지프의 인내이다.
끌어올린 순간의 기쁨만 기억하며 굴러 떨어지는 것은 견뎌내는 것이다.
앞으로의 십 년을 내다보며 하고자 한 일을 시도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