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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백머리 장애

자기를 감추다

by 오순

갓 태어난 아기는 울음소리는 세상에 자신이 왔음을 알리는 표현이다.

우리는 세상에 자신을 보여주기 위해 다양하게 끊임없이 표현한다.

그 표현들은 몸을 통해서이다.

손짓, 발짓, 말, 문자, 그림 등 가장 기본적인 것들부터 시작해서 점점 복잡해진다.


염색도 자기표현들 중 하나이다.

젊은 사람들의 염색은 대부분 다양한 변화의 표현이지만 나이 든 사람들의 염색은 흰머리를 감추기 위한 것이다.

자유로운 선택에 의한 염색은 즐거움을 주지만 어쩔 수 없이 하는 선택은 귀찮음이 따른다.


나이 들어가는 것을 두드러지게 보여주는 것이 흰머리이다.

물론 여러 가지 이유로 세치가 젊어서부터 시작되는 경우도 있다.


고령화 시대인 지금 오래 산다고 해서 다 좋은 것은 아니다.

그만큼 오래 일을 해야 된다는 것이다.

예전에 퇴직할 나이에 현직에서 일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생계를 위해서 일하며 살아간다.


노화로 인하여 대응력도 느려지고 민첩성도 떨어진다.

경험은 많지만 새로움에 대한 적응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그런 노화를 조금이라도 감추고 싶은 마음이 흰머리 염색이다.

구태여 나 늙었다고 흰머리를 드러내 불이익을 당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노화에 대한 부정적 시선이 싫어서 노화를 상징하는 흰머리를 가리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노인이지만 60대인지 70대인지 80대인지 구분이 어렵다.

자기 자신도 본인의 나이를 의식하기 어려워진다.

숫자만의 나이를 먹었을 뿐이다.

자신의 나이에 맞는 처신이 어려울 때가 많아진다.


퇴직하고 과감하게 염색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처음엔 그 부정적인 시선이 영 껄끄러워 염색을 다시 할까 고민이 되었다.

그래도 내 모습을 제대로 보자는 생각에 머리의 색 변화를 기다렸다.


빠르게 은발이 되지 않을까 싶었는데 흰머리와 검은 머리가 쉬이 섞이지 않아 위는 흰머리가 더 많고 아래는 검은 머리여서 흰 모자 쓴 모양이 되었다.

몇 년 전의 한 정치인이 은발의 단발머리로 시선을 모았던 그 머리카락 색을 기대했는데 그것도 엄청 공들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달도 못되어 해야하는 귀찮은 염색에서 벗어나긴 했는데 보여지는 것에서는 아직 놓여나지 못하고 있다.

조금이라도 세상에서 아웃되기 싫어서 수많은 노인들이 염색을 하고 다닌다.

그런다고 덜 아웃되거나 더 아웃되지는 않는 것 같다.


팔 개월 가까이 되니 내 모습에 익숙해져 가고 있다.

깔끄러운 시선도 자연스럽게 흘려보내게 된다.

내가 나이 들어가고 있다는 것을 긍정하니 남들이 그렇게 바라보는 시선이 부담스럽지 않고 부정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반백 머리가 거의 드물어 처음엔 흰머리 장애인 같았다.

검은 머릿속에 흰머리는 눈에 띄어 불편한 시선을 받는다는 의미에서 장애였다.

흰머리가 수북한 머리를 사람들의 시선에서 느낀다.


불편에서 신기하다로 변해가는 눈빛을 보면서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니 장애가 사라졌다.

반백 머리는 장애가 아니라 다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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