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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버티네

불감증

by 오순

여태 아무 일 없었는데 이번에도 괜찮겠지.

이번에도 괜찮네.

다음에도 괜찮겠지.

생각보다 잘 버티네.

그다음엔 아무런 생각이 없다.


어느 날 버티지 못하고 터져버렸다.

아니 여태 잘 살아가고 있다가 갑자기 못 살겠다고 난리야.

언제는 환경이 그리 좋았었나 매번 같은 환경인데 새삼스레 원.


그동안 버틴 것이다.

버틴다는 것은 마지막 힘을 짜내고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이라는 것은 끝을 전제로 한다.


마지막에 마지막에 마지막에 하면서 간신히 버텨준 것이다.

숨은 단번에 끊어지지 않는다.

그것을 잘 살고 있다고 치부한 것이다.


우리는 서로 살펴보고 돌보아야 한다.

잘 살고 있는지 버티고 있는지 너무 늦지 않게 최선을 다해야 한다.

원인이 무엇이든 불감증이 일상을 파괴했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고 한다.

아니 죽은 자는 벼락을 내리치듯 말하고 있다.

뭉개지 말고 제대로 좀 하라고 말이다.


대형 참사 앞에서 매번 무력해진다.

그들의 죽음이 우리의 죽음일 수밖에 없다.

단지 그들은 죽었고 우리는 아직 살아 있다.


몇몇에게 책임을 물어서 끝날만큼 가볍지 않다.

대책을 그것도 강력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그 무거움에서 벗어나면 안 된다.


최선만이 그들을 구하고 우리를 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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