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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바꼭질

술래

by 오순

내가 누구인지 알고 싶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다.

상담을 받아야 하나.


그동안 나는 내가 나를 가장 잘 안다고 확신했다.

나를 알고 있는 사람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내가 나를 가장 모르는 것 같다.

내가 생각하는 나와 보이는 내가 이렇게 다를 수 있나 놀랐다.


나는 내가 엄청 착해서 거절을 못 하는 사람인 줄 알았다.

그런데 마음에 안 들면 무조건 거절하고 있었다.

하물며 위위 언니 결혼식에도 참석하지 않았다는 것을 아이 낳고 기억했다.


뭐 먹고 싶냐고 물으면 아무거나 다 잘 먹는다고 아무것이나 다 된다고 대답한다.

막상 상대가 음식을 주문하니 내가 못 먹는 것이나 싫어하는 것이었다.

나는 내가 남들 먹는 것 웬만하면 다 먹는다고 까탈스럽지 않다고 믿었다.


순대와 곱창은 씹히는 질감이 이상하고 냄새가 나서 못 먹었다. 아재 음식의 유행으로 냄새가 나지 않게 조리가 잘 되면 조금 먹는다. 고기류는 조금만 노린내가 나도 먹지 못한다. 억지로 먹으면 체하기 때문에 먹는 시늉만 한다. 생으로 씹히는 육류나 회는 꺼린다. 회는 먹게 되어도 야채에 감추듯 싸서 먹는다.


냄새에 민감해서 밖에서 먹는 음식은 되도록 적게 먹고 소화가 안 되어 약을 먹어도 다음날까지 대부분 고생한다. 음료도 꺼리고 커피도 조금 마신다.

기타 등등.


나열하다 보니 생각보다 나는 카탈스러운 입맛을 가지고 있었다.

더 어렸을 때는 친구 집에 가서 물도 못 마셨다. 물그릇에서 비릿한 냄새가 났고 숟가락에서도 냄새를 맡아보면 비릿하게 냄새가 올라왔다.

아마도 더럽다기보다는 진짜 냄새가 난다기보다는 익숙하지 않은 곳과 냄새이어서 그러지 않았나 싶다.


여행을 못할 것 같아서 독하게 마인드컨트롤을 하여 지금은 킁킁거리며 냄새 맡지 않고 깨끗하면 그냥 먹는다. 포장마차나 지저분한 시장통 음식은 거의 먹지 못한다. 지인은 재미있다고 그런 곳을 찾아가는데 난 억지로 동행은 하지만 의자에 앉기도 싫어 엉거주춤 앉아 견뎌낸다. 다시는 오고 싶지 않고 가지도 않는다.


모든 색을 좋아하고 모든 꽃을 좋아하는 줄 알았다.

빨간색은 덤덤하게 보고 보라색은 빠져버린다. 꽃들은 하늘하늘 들국화 코스모스 안개꽃 같은 종류를 좋아하고 있더라. 튤립과 수선화는 꽃처럼 보이지 않는다.


이렇듯 내가 생각하는 나와 보이는 내가 거의 다르다는 것을 알고 진짜 나를 알고 싶어졌다.

난 괜찮다고 쿨하게 넘어갔는데 되씹고 있거나 다시는 안 보려고 결심하고 있었다.


내가 상상하는 나는 누구일까.

그 상상 밖에서 행동하는 나는 또 누구인가.

둘 중 어떤 이가 진짜 나일까.


둘 다 나일까.

그러면 나는 다중인격자란 말인가.

믿을 수가 없다.


어렸을 적 초상집에 가면 아이고아이고 하며 울던 아주머니가 손님이 오니 손을 맞잡고 오랜만이라며 아직 눈물이 마르지도 않았는데 웃고 있었다.

어떻게 저게 가능하지 울다가 울음이 그치기도 전에 웃을 수 있다니 엄청 놀랍고 신기했다.


그런데 지금 내가 그 두 가지 인격을 가지고 있다.

하나만 가지고 있으면 안 될까.

둘 다 가지고 있어야만 할까.


서로 다른 두 인격을 가지고 있으니 지조도 없어 보이고 신뢰감도 떨어진다.

하긴 옷을 벗고 다니면 문란죄로 잡혀 들어갈 것이다.

적어도 사회인으로 살아가려면 사회의 얼굴이 필요하다.

항상 쿨하게 한 인격으로만 살 수는 없을 것이다.


두 인격이 나와 사회 속에서 조화를 이루고 살아나가도록 조율을 잘해야 될 것 같다. 사회를 벗어나 오지에서 살지 않는 한 둘 다 버릴 수 없음을 둘 중 하나만을 선택할 수 없음을 알겠다.

옷이 필요한 것처럼 생각하는 나도 필요하고 행동하는 나도 필요하다.

옷이 나에게 잘 맞는지 어느 정도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하는 나로 나를 길들여 행동하는 나를 잃어버리지 않게 조심할 일이다.

무대에서 내려오면 배우가 아닌 자기 자신으로 돌아올 수 있는 내공 있는 배우가 되어야 할 것이다.

생각하는 나는 배우이고 행동하는 나는 나이다.

다르지만 다르지 않게 분열되지 않게 선을 넘지 말아야겠다.


그동안 생각하는 나가 나를 주도해 왔다면 이제부터는 행동하는 나를 파악하여 균형을 잃지 않도록 해야겠다.

내가 나를 알기가 어렵기도 하지만 재미있기도 하다.

나 자신과 숨바꼭질하는 기분이다.


내가 술래이자 숨어있는 자이다.

나를 잘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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