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하게 다양하게
매번 그날이 그날 같고 하루하루가 시간으로만 나누어져 있을 뿐 먹고 자고 숨 쉬며 살아가는 똑같은 날의 연속이다. 그러다 때가 되면 삶을 마감하는 것이다.
작은 조각을 지고 가던 큰 조각을 지고 가던 열심히 살아가는 개미들의 일상은 항상 같아 보인다. 개미들의 삶이나 사람의 삶이나 삶은 다 마찬가지 아닐까.
자세히 들여다보면 심 봤다고 외치는 개미도 있을 것이고 망했다고 절망하는 개미도 있을 것이다. 소소하게 다 다른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재미 삼아 한참을 들여다보다 일어나면 사람의 한 발자국만도 못한 거리를 개미들은 발바닥에 땀이 나도록 움직이고 있다.
선심 쓰는 셈 치고 들어서 개미가 가고자 하는 목적지에 데려다 놓고 싶다. 아마 인간의 선심은 개미들에게 도움이 되기보다 재앙일 수도 있고 대변혁일 수도 있을 것이다. 전체를 볼 수 없는 개미에게는 두려운 공포로 다가올 수도 있을 것이다.
각자에게 주어진 대로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 맞다. 누가 누구에게 선심을 베푼다는 것은 선심이 아니라 훼방이 될 수 있다. 너나 잘하세요이다.
흘깃 스쳐가면 다 똑같다.
하루의 일상을 들여다보면 많은 일들이 있다.
성과로 하루를 본다면 변화 없는 같은 하루이다.
사람의 마음도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어떻게 다른지 알 수 없다.
고양이 얼굴도 시시각각 다르다.
무심히 보면 매번 같은 얼굴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때마다 다르다는 것에 놀라곤 한다. 사람처럼 다양하게 희로애락을 표현하지 않는 것 같지만 그것은 관심이 없을 때에 해당된다.
특별한 기대가 없는 하루가 시작되고 있다.
일어나서 씻고 밥 먹고 운동하고 책 보고 시장 가고 식사 준비하고 빨래하고 잠자고 다음 날 그 시간이 되면 아침해가 떠오르듯 일어난다.
어떤 날은 무사히 하루를 시작할 수 있어 감사하고 어떤 날은 똑같은 일상이 시작되는 것이 지겨워서 하품하며 잠자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냥 하루를 살자.
매번 무언가를 새롭게 시도할 에너지와 열정이 없다.
같은 것 같아도 다른 하루를 소소하게 살아보자.
밥 한술을 떠도 맛있게 먹고 한발 한발 내딛는 산책도 하늘 보고 너무 보며 새로운 것처럼 걸어보자.
매번 같아도 같은 것이 아니게 되는 것은 마음에 따라서이다.
마음은 내 마음이니 힘들이지 않고 방향만 바꾸면 날마다 새로워진다.
매번 마음을 새롭게 먹고 방향 바꾸는 것이 쉽지만 어렵다.
항상 습관적으로 편하게 살아오는 것이 몸에 배어 나도 모르게 숨을 쉬듯 하루를 보내게 된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 같은 무가치함이 떠오를 정도로 습관적으로 하루를 살게 되는 것이다.
발을 삐어 잠시 못 걸을 때 평소 걷는 것에 대한 생각이 없이 걸었던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깨닫게 되듯, 하루를 살아낸 자신이 얼마나 큰일을 이루어냈는가에 감사하게 되려면 그 하루 속에 자신이 있어야 하고 그 자신을 의식하면 된다.
오늘 나는 제시간에 제대로 일어났고 밥을 맛있게 먹었고 쾌적한 카페에 와서 차를 마시며 책도 보고 있다. 나를 방해하는 것 없이 내 시간을 누리고 있다. 운동도 하여 혈액순환도 좋고 자신감도 넘친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만 하지 않으면 오늘 하루를 행복하게 보낼 수 있다.
세상은 나를 방해하지 않는다.
나를 방해하는 것은 나이다.
나를 비난하는 것은 내 마음이다.
나의 적은 나이다.
적과의 동침을 하듯 나는 내 마음에 귀 기울이며 평화를 찾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