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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망스러운 하루

조용한 대화

by 오순

앞쪽에서 조금 거리를 두고 두 사람이 수다를 하고 있다. 서로 대화를 하고 있는 소리가 간간이 들리지만 구체적으로 들리지 않는다. 신통하다. 어떻게 저렇게 소리를 내어 대화하면서 외계어도 아니고 다른 사람에게 자세한 내용이 들리지 않게 할 수 있을까. 내용이 들리지 않으니 방해가 되지 않는다. 묘하다.


그렇게 조용히 대화하는 두 사람을 보니 신기하다. 난 크게 하든 작게 하든 모든 소리가 구체적으로 들리게 하기 때문에 떠들 수가 없는 사람이다. 목소리 톤 자체를 낮추는 것이 어려운 사람이다. 아마도 대다수 사람들이 나처럼 말을 하면 내용이 구체적으로 들리지 않나 싶다.


지금 거리는 좀 있지만 이 공간에 처음 왔던 사람이 (내가 두 번째 도착했다) 세 번째 온 사람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고 그들은 대화 중이다. 머뭇거리며 다가가 처음 본 사람에게 하듯 서먹하게 말을 시작한 것으로 보아 서로 아는 사이가 아닌 것 같다. 잠깐 무언가를 묻는 것인가 싶었는데 이야기가 길어지고 연신 미소 지으며 손짓을 크게 하며 대화를 하는 것을 보니 서로 소통이 잘 되는 듯하다.


그런데 내용이 전혀 들리지 않는다. 내용을 모르니 신경이 거의 쓰이지 않고 편하다. 마치 심심해서 틀어놓은 텔레비전의 소리 없는 한 장면처럼 보인다. 어떻게 저렇게 할 수 있을까.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과 밀접하게 밀착되는 공간을 공유하는 대도시에서 사는 사람이라 저런 조용한 대화는 굉장한 능력처럼 보인다.


드디어 나중 온 사람이 퇴장하고 처음 온 사람은 자기 자리에 돌아갔다. 대화 없는 두 사람(처음 온 사람과 두 번째 온 사람)이 각자 자기 자리에서 무언가를 하며 움직임이 거의 없는 가운데 실내는 시간이 멈춘 듯하였다. 십여 분이 지나서 한 사람이 들어왔다.


방금 들어온 그 사람이 옆자리에 앉았다. 짐을 풀고 자리 정돈하는데 오래 걸리더니 여전히 계속 부스럭댄다. 잔망스러운 소리가 멈출 때가 되었는데도 여전히 소란스러워 뭐 하나 신경을 세우고 들어보니 끊임없이 무언가를 먹고 물인지 음료인지를 마실 때마다 목 넘김 소리와 입맛을 다시는 소리를 크게 내고 있다.


그 사람의 이런 부산스러움이 집중을 방해하고 있다. 처음 들어오자마자 책상부터 닦아대기에 살짝 보았는데 가게에 있는 냅킨이다. 그것도 마른 상태에서 닦고 있다. 보고 싶어서 일부러 본 것이 아니라 맞은편까지 포함해서 6인이 앉게끔 긴 책상이기에 내쪽을 향한 닦는 손길이 곁눈으로 보여서 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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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 편집디자이너로 생계를 꾸려나가며 일상에서 다가오는 삶을 풀어보고자 하는 오순의 브런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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