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효과
구름이 많아 우중충한 날이다. 며칠 전보다 온도가 많이 올라 영상이지만 햇볕이 거의 없어 더 춥고 쌀쌀하다. 장작불로 지글거리는 난로 같은 따사로운 햇살이 그리워 구름 사이에 간혹 잠깐 나타나는 해를 찾아본다. 오랜만에 번개 같은 약속을 해 지인을 만나는 중이다. 날씨는 그냥 덤이다.
점심을 거하게 한상 먹고 부른 배를 소화시키기 위해 우린 산책에 나섰다. 급한 일도 없기에 수다에 집중하며 느긋한 발걸음을 떼었다. 우리 옆을 스쳐 앞서 가던 머리를 짧게 깎은 키가 크고 마른 청년이 열린 문 손잡이를 잡고 기다려준다. 일이 초 이면 기다려주는 것이 자연스럽게 뒷사람으로 이어지지만 삼사초는 문지기도 아닌 이상 손잡이를 잡고 뒷사람을 기다리기가 좀 애매한 타임이다.
육중한 유리문이 턱 하고 닫히도록 내버려 두기에는 뒷사람과의 간격이 한두 발 차이라서 좀 냉담한 상황이 된다. 대부분은 서로 모르는 사이이기에 삼사초 정도이면 그냥 문이 닫히든 말든 신경 쓰지 않고 그냥 간다. 3~4초 정도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그 배려가 순간 부담스럽기도 하여 우린 그 젊은이에게 한두 걸음 빠르게 다가가 고맙다며 손잡이를 넘겨받았다.
요즘 이런 배려는 거의 사라지고 없는 상황이라 좀 당황스럽기도 하였다. 연륜이 좀 있어서 이전에는 이런 배려들이 존재했었다는 것을 기억해 냈다. 그 순간까지 우리에게 이런 배려문화가 있었다는 것을 기억하지 못하다가 한참 생각 끝에 기억해 낸 것이다. 그전의 문화를 전혀 접해보지 못했을 것 같은 그 젊은이가 그런 배려를 하고 있어 솔직히 좀 놀라웠다.
우리나라처럼 급격한 과도기를 거치지 않은 역사를 가지고 있는 외국에 나가면 오래된 문화들이 잔존해 있는 것을 느낄 때가 있다. 유럽 중 프랑스 파리에 여행을 갔을 때 공공시설의 문을 여닫는 곳에서 사람들이 거의 습관적으로 뒤따르는 사람을 돌아보고 그 뒷사람이 그 손잡이를 잡을 수 있도록 잠깐 열린 문손잡이를 잡고 기다리고 있다가 그 뒷사람에게 손잡이를 넘겨주고 서로 감사 인사를 하는 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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