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다운 것

나팔꽃이 빛을 발하다

by 오순
돌담 벽을 기어올라
예쁘게 장식한 나팔꽃
발밑이 비록 좁고 척박할지라도
자신의 자리를 찾아내어 펼쳐 보이는 본능...
아주 미미하지만 존재감의 빛은 거대하네
나도 내 존재를 펼쳐 빛나고 싶다




색색의 나팔꽃은 비좁고 척박한 지면에서 시작해 돌담 벽을 타고 올라가 세상에 자신의 존재를 드러냈다.

시작은 미미했으나 결과는 아름다웠다.

창대한 우주 속에서 나의 존재는 짓눌려 숨 쉬고 있기조차 힘들 때가 있었다.

탄탄한 길에서 시작하는 이들이 수두룩한 것 같은데 나만 돌밭 길을 걷는 기분이다.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지금 내가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인지 조차 생각할 여유 없이 세상에 휘돌려 가고 있었다.

출근길에 잠시 나의 시야에 들어온 나팔꽃은 반짝이고 있었다.

생명감으로 출렁이는 나팔꽃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살고 싶어 졌다. 나답게 살아 보고 싶다는 충동이 일렁이게 만들었다.

좀 미미하면 어때! 나다우면 되는 것이지. 자존감이 어딘가에 숨어 있다 슬며시 고개를 내미는 것 같았다.

짓눌린 듯 무거웠던 발걸음도 가벼워지고 몸도 마음도 가뿐하였다. 그날은 평소와 다른 하루가 되었다.

나는 나다. 나는 남과 같을 수 없다. 나팔꽃이 장미꽃이 아니듯 나는 남과 다르다.

나다운 나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펼쳐 보여 나로 빛나고 싶어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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