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력에서 벗어나는 법
거의 일주일 가까이를 집안에서 꼼짝하지 않고 빈둥거렸다. 집안도 아닌 내 방 안에서 그것도 내방 침대에서 누웠다 앉았다를 반복하며 지냈다. 현실의 내가 인식되지 않기를 바라며 인터넷과 드라마 속으로 도망쳤다. 먹고 자고 드라마 보며 지내는 하루 이틀은 편했다. 생각 없이 계속 같은 행위를 반복하다 보니 더 이상 살았는지 죽었는지 감각이 마비되는 것 같았다. 방 안의 공기마저 나를 닮아가듯 회전하지 않고 정체되어 있는 것 같았다.
너무 답답해서 나도 모르게 겉옷만 걸치고 밖으로 나왔다. 아직도 코로나가 진행 중이라서 마스크로 나의 안면을 거의 다 가릴 수 있어 마음이 편했다. 마스크를 쓰니 내가 어떻게 보일지 신경 쓰지 않아도 되었다. 겨울이라 두꺼운 긴 외투를 걸치니 복장도 편했다.
운동이나 산책을 하는 사람 속에 섞여 느릿느릿 걸었다. 한참을 걷는데 고양이가 나무에 올라가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귀찮아서 그냥 지나치기에는 보기 드문 상황이라 발길이 멈춰졌다. 평소에 낯을 잘 가리지 않는 공원의 검은 고양이가 나무 위에 올라갔다. 그래도 사람들과는 일정한 거리를 두는 고양이 습성을 가지고 있었다. 검은 고양이가 올라간 그 나무에 가오리연이 걸려 바람에 흔들거리고 있었다. 그 나무 앞에는 초등학교 4~5학년쯤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가 나뭇가지에 걸린 가오리연을 내리려 애를 쓰고 있었다. 그 옆에는 아이의 엄마가 연을 내리는 것을 도와주고 있었고 그 주위에 여동생도 이리저리 도우려 하고 있었다.
아무리 낯을 잘 가리지 않는다 해도 사람들이 이리 많은데 도망가지 않고 시키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나뭇가지에 올라간 고양이가 너무 신기하고 귀여웠다. 어쩌나 보려고 나도 옆에서 지켜보았다. 고양이는 사람들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오로지 바람에 흔들리는 그 연의 꼬리에만 꽂혀 있었다. 고양이는 그 연의 꼬리를 잡으려고 나무에 올라간 것이었다. 아이 엄마와 아이가 연줄을 이리저리 흔들어대니 나뭇가지에 걸쳐있던 연이 내려왔다.
그러자 그 고양이도 나무에서 내려오려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리저리 포지션을 잡더니 나무를 타고 가뿐하게 뛰어내렸다. 그리고는 고양이는 그 연을 쫓아갔다. 아이는 조금 당황한 듯 연을 위로 띄우지 못하고 끌고 달렸다. 끌려가는 연을 따라 고양이도 빠르게 달려갔다. 아이보다 빠르게 달려간 고양이가 연의 꼬리를 물고 다른 방향으로 끌고 가려 애쓰고 있었다. 그것을 보고 아이가 고양이한테 ‘너 가져라’ 했다. 그 고양이는 자기보다 훨씬 큰 연을 주체하지 못하고 놓쳤다. 아이가 다시 연을 끌고 가면 고양이도 빠르게 뒤쫓아 갔다.
아이 엄마는 아마도 고양이를 잘 모르는 듯 조심하라고 외쳤다. 아이 엄마는 고양이가 뒤쫓아 가니 아이를 공격할까 봐 걱정이 된 듯했다. 나는 고양이를 키우고 있어서 고양이가 위험하지 않다는 것을 알았지만 이야기할 상황이 아니라서 지켜만 보았다. 나는 고양이가 사람을 무서워해서 도망쳤으면 쳤지 먼저 공격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고양이는 아이를 쫓아간 것이 아니라 연을 쫓는 것이었다. 그 고양이는 아마도 팔랑거리는 그 연이 장난감이라 여긴 것 같다.
옛 말에 고양이는 호기심에 살고 호기심에 죽는다는 말이 있는데 딱 그 상황이었다. 두 아이는 고양이와 놀고 싶어 가지 않으려 하고 엄마는 저녁시간이 늦었다고 가자고 재촉하고 있었다. 고양이는 그 연에 대한 호기심 때문에 떠나지를 못하고 있었다.
그곳을 지나 난 다시 내 산책을 시작하였다. 산책을 시작할 때 무거웠던 몸과 마음이 가벼워진 것이 느껴졌다. 내 얼굴에 미소까지 번지고 있었다. 그 순간 알았다. 내가 일주일 내내 가라앉아 있었던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것은 호기심이 없어서였다. 호기심이 없으니 그게 그것이고 그날이 그날이었고 반복적인 일상에 지루해져 무기력해졌던 것이다. 자신이 어떤 상황에 있는지도 모르고 연이라는 호기심에 꽂혀서 나무를 오르내리고 연을 따라 뛰어다니는 고양이의 호기심이 나를 무기력에서 벗어나게 해 주었다.
어렸을 때는 세상의 모든 것들에 대해 궁금해하고 호기심으로 가득 찼었다. 나이가 들어가니 반복적인 일상을 살아가며 그 많은 호기심을 잃어가고 있었다. 호기심을 되찾는 것도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 길들여진 습관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안전할지 몰라도 자신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 아는 곳도 매번 같은 길로 가지 말고 새로운 길로 가라는 말이 있다. 변화가 있어야 사람은 호기심을 잃지 않는 것이다.
집에 와서도 그 검은 고양이의 호기심 어린 비취색 눈이 아른거렸다. 퇴근한 딸한테 열심히 그 상황을 설명해 주었는데 그때처럼 실감이 나지 않아 많이 아쉬웠다. 혹시 몰라 사진을 몇 장 찍어 왔는데 다 엇나가 있었다. 급한 마음에 구경할라 사진 찍으랴 하다 보니 제대로 찍힌 것이 없었다.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내 머리를 쥐어박았다. 제대로 사진 찍기가 이리 어렵나 싶다. 시간이 지나면 다 잊어버릴까 봐 아직 내 맘속에 여운이 생생할 때 남겨 보려고 글을 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