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든 사람의 성
예전에 그만둔 회사 후배 두어 명과 술자리를 한 적이 있었다. 술자리가 어느 정도 무르익어 이것저것 여러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들과 나는 나이 차이가 거의 십 년 정도 났다. 나는 얼마 전 남편이 모텔에 가보자고 하여 자고 왔는데 기분이 좀 묘했다는 말을 했다. 난 요즘 성문화라든가 모텔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 이야기를 꺼냈는데 그들의 반응은 의외였다. ‘어머나! 아직도 섹스를 하세요?’하며 엄청 놀라는 것이었다. 아니 40이 넘으면 섹스를 못한다는 말인가 하고 내가 더 놀라서 반문하였다. 30대까지는 당연하고 40대 이후에는 섹스라는 자체가 불가하다고 생각하는 표정이었다.
그들은 자기들 나이는 정상이고 내 나이는 아웃시켜버리고 있었다. 내가 나이는 들어가지만 아웃되고 있다고는 생각해 보지 못해 그들의 그런 반응에 더 충격을 받았다. 하긴 나도 10대에는 30대만 되어도 엄청 나이 먹어서 그때까지 못 살 것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나이에 대한 실감이 나지 않기에 현재 자기 나이를 넘어서는 것에 부정적이었다고나 할까. 다른 사람이 나이 먹는 것은 당연하고 내가 나이 먹는 것을 생각해 본다는 것은 그 자체가 상상되지 않는 일이었다. 그들이 보기에 자기들 나이는 나이 든 것이 아니고 숫자일 뿐 나는 그들 세계에서 아웃될 정도로 엄청 나이 든 것이었다.
충격은 그들이 더 먹은 듯 나의 말이 먹히지 않았다. 아무리 그 간격을 좁혀보려고 해도 더 이상 좁혀지지 않는 감정이 출렁이고 있어 말을 멈추었다. 집에 와서도 나이에 대한 선입관에 대해 한참을 생각하고 또 생각해 보았다. 나이 든 사람의 섹스가 어째서 불가하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그들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었다.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단지 나는 예외였던 것이라 나를 그 범주에 넣는 그들의 표정에 충격 먹은 것이지 나이 든 사람의 섹스가 불가하다는 생각에 충격을 받은 것이 아니었다.
집에 돌아와 나이 든 사람의 성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니 나를 비롯한 사람들의 부정적인 고정관념에 놀라웠다. 그 관점은 어떤 근거를 가지고 객관적으로 받아들인 생각이 아니라 알게 모르게 주입된 생각이었고, 그것에 대해 한 번도 뒤돌아보지 않고 당연한듯 나의 생각이라고 받아들인 것이라는 것에 더 충격이었다. 사람의 무지함이란! 그 무지에 대한 신뢰가 얼마나 큰 폭력인가! 그러고 보니 나이 든 사람은 무성이란 말인가. 나이 들어가고 있는 나에게 닥치니 그 고정관념이 얼마나 어이없는 것인가를 깨달았다.
어머니는 당연히 어머니이어야지 여성이면 안 되는 아이의 세계에 어머니의 성은 그 아이에게 배반이듯, 나이 든 사람은 성이 없는 사람처럼 성에서 아웃시켜 버리는 그 무의식이 충격적이었다. 나이 든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수많은 욕구를 가지고 있으며, 다른 사람들과 똑같은 감정들을 느낀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나이 든 사람에게 그런 생각은 폭력이다.
나이 든 사람이 자신의 욕구나 감정을 표현하면 나잇값을 못한다고 비난받기 일쑤이다. 그래서 나이 든 사람들은 그런 폭력에 분노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진정한 항의를 못해 엉뚱한 곳에 화풀이를 하는지도 모르겠다. 자리 양보하지 않는다며 어른 대접(나이대접) 해주지 않는다고 대중 앞에서 자신의 권리를 침해받은 양 분노하는 나이 든 사람을 간혹 보게 된다. 이들은 사회가 베푸는 대로 받아들일 것이지 자기 권리인 양 행세하는지 모르겠다며 나잇값을 못한다고 또 비난을 받는다. 나잇값이 양보를 권리처럼 보이게 만든 이유가 아닐까.
요즈음은 언론이나 대중매체에서 많이 언급하고 있어 나이 든 사람에 대한 의식이 많이 바뀌고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나이 든 사람도 같은 사람이라는 생각에서 분리되어 아웃시키는 경우가 허다하다. 사람은 사람인데 투명 인간이 된다면 얼마나 억울하겠는가 싶다. 나이 들어 감정이 조율이 안 되는 것이 아니라 배척당하니 감정이 출렁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나이 든 사람은 과연 미래가 없는 것일까. 나이 들었다는 것의 한계선이 정확하지는 않지만 우리 모두는 태어나면서부터 나이 들어가게 되어 있다. 나이 든다는 것은 삶의 연장선이지 끝은 아니기에 의식변화가 절실하다. 현실에서 아웃시키는 폭력을 멈추고 더불어 가야 된다.
경제력이 우선인 소비 세상에서 사는 우리들이기에 경제력이 떨어지는 나이 듦이라는 것은 세상에서 아웃되는 것이 당연하다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겪어가는 삶의 일부분이기에 경제력으로만 삶을 판단할 수는 없다고 본다. 사람이기에 사람으로 존중받아야 한다. 부담이 아닌 나눔으로 더불어 살아가야 끝까지 삶을 살아낼 수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