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 장애

책임

by 오순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일까?

너무 성급한 결정은 아닐까?

사소한 결정 하나 내리기조차 버겁다


정신 바짝 차리자

정신 차리고 싶다 하여 차려질지 모르겠지만

두 주먹 불끈 쥐어본다


살아 갈수록

나이 들어갈수록

혼란스럽기만 하다

경험이 많이 쌓이면

아는 것도 많아져 현명해질 줄 알았다

정보는 넘쳐나고 아는 것은 너무 적다


차라리 누군가 결정해 주면

조금은 편해지려나

질책은 면할 수 있으려나

어쩌면 그 사람도 나처럼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 아닐까


좀 잘못하면 어때

다시 하면 되지 뭐

그냥 내 식대로 내가 하자




나이 들어 갈수록 지혜가 쌓여 익은 벼가 고개 숙이듯 겸손해지고 현명해질 줄 알았다. 하지만 정반대로 이성보다는 감정이 앞서며 세상일 다 아는 것처럼 자만심에 빠져 고개 숙일 줄을 몰랐다. 굽히면 지기라도 하는 양 자기주장만 강해지고 뒷감당하기 싫어 결정은 지연시켜 때를 놓치고 있었다. 자신의 책임이 아닌 양 핑곗거리들로 머릿속은 난잡하고 무거워져 갔다.


책임을 회피하고 싶은 마음이 커서 무엇 하나 시작하거나 결정을 하는 것이 버거워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차라리 모르고 있을 때 용감히 앞서 나갈 수 있었던 것 같다. 책임감의 무게를 알기에 감히 나서지 못하고 핑계를 대고 망설이고 있는 것이다. 내 마음을 가만히 들여다보니 이런 결정 장애는 나이 탓이 아니었다. 많은 경험으로 현명한 판단을 원했지만 책임 회피 요령만 늘어서 결정을 못하는 바보가 되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조금 더 볼 수 있다고 현명해지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올까 봐 피하고 싶은 욕망이 선택을 쉽게 하지 못하게 만든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갈등만 하느니 아무리 소소한 것이라도 좋은 것이 있다면 선택하는 것이 현명한 것이리라.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글까’라는 속담이 있다. 다소 방해되거나 어려움이 좀 따르더라도 해야 할 일은 하라는 말이다. 핑계에서 벗어나니 결정하기가 좀 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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