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에서 벗어나

꼬불파마머리

by 오순


우리들은 대부분 보여지는 것에 백 프로 이상 신경 쓰며 산다. 누군지도 모르면서 그가 누구이든 그 타인들이 판단해 줄 외모에서 벗어나지 않기 위해 남들이 하는 것을 따라 한다. 남들과 다른 모습이 눈에 띄면 남의 입에 오르내리게 되며 편하지가 않다. 특출나게 뛰어난 외모라면 몰라도 그저 평범한 외모로 평범하게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타인의 눈총을 견뎌내기 힘들다. 그래서 자기가 하고 싶은 외모보다 남들이 무난하다고 생각되는 외모를 선택한다.


미용실 가는 것이 싫어서 오래가는 파마를 선택했다. 파마가 잘 나오지 않는 약하고 가는 머리카락이라 좀 더 신경 써 달라 했더니 미용사가 보통 파마 시간보다 너무 길게 방치하였던 것이다. 머리카락이 머리 피부에 파고들어가지 않나 싶을 만큼 완전 뽀글거리는 것이 당황스러웠다. 숱도 없고 탄력도 약해 어차피 일이 주내에 풀리고 늘어질 것이 뻔할 것이라는 생각에 그냥 집으로 왔다. 이렇게 된 이상 새로 무언가를 해 보았자 더 나아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포기하고 나왔다.


출근길에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졌다. 평소에 느껴보지 못했던 눈길이었다. 아마 내가 눈에 띄게 예쁜 외모의 소유자였다면 느꼈음직한 눈총들이 이런 것일까 생각해 보았다. 하지만 지금 난 예뻐서가 아니라 꼬불거리는 곱슬파마 머리카락이 눈에 확 띄어서 받는 눈총이다. 이렇게 보통도 안 되는 외모에 디스 당하는 눈빛들이 쏟아지니 황당했다. 뭐 어쩌라고 하는 오기로 맞바라보았다. 그러면서 그들을 자세히 보니 모두들 비슷비슷한 머리 형태를 하고 있었다. 아! 모두들 자기 자신을 위해서 꾸미는 외모가 아닐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돈 들이고 시간 들여가며 꾸민 것은 거의 타인의 보는 틀 안에 맞춰진 거였다. 자신을 위해 꾸몄다고 당연하게 생각할지 몰라도 어쩌면 그 생각이 자신을 속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못생긴 사람을 보고 사람들은 눈 버렸다고 한다. 자신의 보는 즐거움을 망쳤다는 말이다. 나의 머리 형태는 한마디로 타인의 보는 즐거움을 망친 꼴이 된 것이다.


일부러 한 것은 아니지만 타인의 틀에서 벗어난 내 파마머리가 나에게 약간의 일탈과 자유로움을 주었다. 남들이 보기 좋다고 할 정도의 기준틀에서 벗어났다 생각하니 눈치를 보지 않게 되고 움츠려 들지도 않고 당당하게 자유롭게 걸을 수 있었다. 내가 그동안 보이지 않는 족쇄를 차고 있었다는 것을 몰랐다.


이제는 꾸미는데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들이지 않게 되었다. 어떻게 보일까 신경을 덜 쓰게 되니 나만의 자유로운 시간이 주어졌다. 비록 사소한 선택과 소소한 자유이지만 기쁨이 생겼다. 그들이 나를 디스 하는 눈총을 주어도 별로 신경 쓰이지 않았다. 외모로 불이익이 따를 수도 있겠으나 나에게 생긴 당당함이 상쇄하고도 남았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무한 신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