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멋대로 튀어나오는 감정

책임을 져야

by 오순


젊어서는 감정이 생기면 그것이 나의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그리고 그런 감정이 왜 생겼는지도 정확하게 알 수 있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이 감정이라는 것이 자잘하게 수도 없이 생겼다 사라지는데 원인도 불분명하고 나의 것이라는 느낌도 별로 없다.


분명 나의 감정임에도 불구하고 내 것이라는 소속감이 없어서인지 책임감도 가벼워지는 느낌이다. 불분명한 요놈의 감정이라는 것이 불쑥 저 혼자 튀어나와 나를 당황하게 만든다. 분명 내 입으로 뱉은 말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한 것 같지 않은 느낌이다. 나의 뇌를 거쳐 내가 인지하고 결정한 것이 아닌 말과 감정들이다. 이미 말이나 감정들이 앞서 출현하고 뒤늦게 그게 무엇인가 인지하려고 애쓰는 내가 보인다. 이성적인 인간이라면 생각을 먼저 하고 결정한 뒤에 말이나 감정을 표현하는 게 맞다. 그런데 난 순서가 뒤바뀐 것이다.


몸 따로 마음 따로 인 감정을 처음 발견했을 때는 황당했다. 그 뒤로는 ‘또 그러네. 조심해야지.’하면서 그런 감정에 책임을 지기보다는 변명을 하기 시작했다.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 것이니 내 탓이 아닌 것만 같았다. 그래서 상대의 너그러운 양해를 구하는 변명 아닌 변명을 늘어놓고 있었다.


젊었을 적 어른들이 왜 자신의 잘못을 쉬이 수긍하지 않는지 도대체 이해가 가지 않았는데 지금은 조금 이해가 되는 상황이 되었다. 용납할 수는 없지만 나에게 닥치니 상황을 이해하게 된 것이다. 나이 들어 인지력이 떨어져 그러는 것인지 ‘배 째라는 식’의 뻔뻔함인지 알 수가 없지만 멈춰야만 된다는 마음이 간절하였다.


가볍게 표현해도 될 감정을 거세게 표현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한마디로 살짝 화가 난 정도인데 분노를 폭발하는 경우가 있다. 강도마저 조율을 못하고 저 혼자 날뛰는 감정을 저만치 떨어져서 지켜보는 기분이다. 속으로 ‘내가 왜 이렇게 거세게 표현하는 것이지? 그렇게 화가 난 것이 아닌데 말이야. 왜 그러지?’하면서 해리 현상처럼 감정과 내가 분리되어 있어 기분이 묘해진다.


대부분 화를 내는 정도가 아닌 분노가 폭발하는 정도면 대부분 상대방이 원인을 제공하였다기보다 본인이 상대에 대한 기대치를 혼자서 부풀려서 그 기대치가 스스로 폭발하는 경우이다. 말하자면 본인 스스로 자초해서 화를 내고 있는 것이다. 깊이 자신을 들여다보면 원인이 자신임을 알 수 있다.


어찌 되었든 간에 지나친 감정이든 제어가 안 된 감정이든 그것이 나에게서 나왔으니 책임도 내가 져야 한다는 생각을 나 자신에게 강력하게 주입시켰다. 책임이 따르지 않는 행위는 어른으로서 위치를 뒤흔든다. 스스로 자폭하지 않도록 내 감정임을 주지하자. 변명은 필요 없다. 변명은 또 다른 무책임이다. 이유 불문하고 책임져야 한다. 그래야 실수를 반복하지 않게 된다. 노력하니 조금씩 자제가 되는 것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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