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투리 시간
짜투리 시간은 무언가를 시작해서 진행하기에는 너무 짧고 그냥 흘려보내기에는 너무 긴 시간이다. 아마도 이렇게 흘려버린 짜투리 시간들을 모으면 태산도 옮길 만큼 긴 시간이 되지 않을까 싶다. 출근 전에 1시간 일찍 일어나 하고 싶은 것을 하려고 했는데 결국 이래저래 준비하다 보니 결국 짜투리 시간으로 떨어져 버렸다. 분명 평소보다 일찍 일어났는데도 제시간에 일어나 준비한 것이나 마찬가지가 되었다.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하고 시간에 쪼들려 가벼운 인터넷 서핑으로 남은 시간을 보내버렸다. 수면시간만 줄어들어 하루 종일 피곤하기만 했다.
무언가를 하기에는 부족한 짜투리 시간들은 있으나 무언가를 집중해서 할 긴 시간은 없는 것이다. 말하자면 시간은 있으나 시간이 없는 것과 같은 현상을 ‘타임 푸어(Time Poor)’라 한다. ‘타임 푸어(Time Poor)’는 단어 뜻 그대로 시간에 쪼들리는 것을 말한다. 일에 쫓겨 자신을 위한 자유시간이 없는 사람들을 뜻하는 신조어이다. 브리짓 슐트가 쓴 [타임 푸어(Time Poor)]란 책이 출간되어 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타임 푸어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시간(Time)과 빈곤(Poor)이 합성된 단어로 주로 일에 쫓겨 자유시간이 없는 현대인을 뜻한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노동시간은 10위권 안에서 상위를 차지하여 더 시간에 쪼들리고 있다. 전체 노동인구 중 절반 이상이 시간 강박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타임 푸어의 가장 큰 원인은 일과 가정에서 모든 것을 완벽하게 잘 해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시작된다 한다. 또 사회가 빨리빨리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을 성공한 사람으로 생각하는 분위기 탓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강도 높은 업무와 수많은 업무량 때문이다. 산더미 같은 업무량을 처리해내려고 하다 보니 야근을 하게 되고 휴일까지도 반납하고 일하게 되면서 시간에 쫓기게 된다.
특히 전업주부는 하루 종일 집안일에 종사하느라 모든 시간들이 짜투리 시간들로 쪼개어진다. 그들은 종일 종종거리며 집안의 잡다한 일을 함에도 불구하고 일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고 인정도 받지 못한다. 더욱이 주부이면서 일을 겸한 기혼여성들의 타임 푸어는 더 심각하다. 현대 과학의 발달로 자동화 기기들의 도움을 받아 여가시간이 많아졌다고 하지만 그 주어진 시간만큼 다른 노동이 그 시간들을 차지해 여전히 타임 푸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요즘 재취업을 하면서 일을 마치고 오면 씻고 자기 바쁘다. 아침에 일어나 출근하여 일하고 퇴근하고 자고 일어나는 반복의 일상이다. 너무 지쳐서 나만의 시간을 가질 한 치의 여유가 없다. 출퇴근의 반복되는 패턴을 따라가기도 버거울 지경이다. 반복 패턴에 끌려가지 않기 위해 알람을 켜고 한두 시간 일찍 일어나 보지만 수면이 부족한 것인지 피로만 누적되고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하게 된다. 나만을 위한 시간을 어떻게든 유지해 보려고 노력해 보지만 너무 버겁다. 타임 푸어를 어떻게든 이겨내고 싶다.
하루 한 가지씩 하나의 습관을 들이고자 한다. 우선 매일 나만의 글을 쓰는 습관을 가지는 것이다. 글쓰기 습관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날마다 조금씩 원서를 읽어 한 권의 원서를 완독할 것이다. ‘글을 써서 무엇할 것인가?’, ‘원서 읽어서 뭐 하려고?’하는 식의 결과에 대한 효용성에서 벗어나 오로지 나를 위해 무언가를 하는 습관을 가지고자 한다. 작으나마 나를 위해 무언가를 했을 때 오는 만족감이 타임 푸어에서 오는 척박함을 상쇄시켜 줄 것이다. 짜투리 습관이 매일 조금씩 쌓이면 충족감이 늘어날 것이다. 우선 그것으로 나의 시간을 유지해 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