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을 잃은 로봇처럼

출퇴근길

by 오순

앞서거니 뒤서거니 사람들이 바삐 오고 간다. 모두들 나를 앞질러 가고 있다. 생각 없이 걷다 보면 어느덧 지하철역이다. 생각 없이 습관적으로 출근을 한다. 출근 중에 생각이라는 것을 하게 되면 밀려오는 뒷사람한테 거치적거리는 존재가 된다. 생각 없는 사람과의 부딪침은 몹시 불쾌해진다. 그가 나에게 부딪친 것이 아니라 내가 그의 가는 길을 방해한 사람이 되어 사과받기는커녕 눈총만 받게 되는 것이다.


출퇴근길에 오고 가는 많은 사람들은 사람이 아닌 것 같다. 출퇴근에 길들여진 로봇들 같다. 거기에 어리바리한 나 같은 사람이 끼이면 나름 그들만의 질서가 무너지는 꼴이 된다. 모두들 최면에서 일시적으로 깨어난 듯 나 같은 훼방꾼에게 인상을 한번 찌푸리고 다시 출퇴근이라는 최면상태로 빠져드는 것이다.


출근한 지 열흘이 넘어가니 나도 모르게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었다. 여유롭게 걷기 위해 시간을 좀 여유롭게 잡고 출퇴근을 하는데도 불구하고 한 곳을 향해 바삐 가는 사람들을 닮아 가고 있는 게 느껴졌다. 멈춰 서서 고개를 들고 하늘을 한 번 올려다보며 심호흡을 했다. 그러자 내가 의식된다. 나로 돌아온 것이다. 잠깐만 멈추면 나로 돌아올 수 있는 것을 모두들 잊고 있는 듯했다.


나를 잊지 않기 위해 빨라지려는 걸음을 멈추고 자꾸 숨을 크게 내쉬어 본다. 오늘 하루도 나를 잊지 않도록 하자. 기왕 하는 일인데 나와 더불어 가야 의미가 있지 않나 싶다. 내 영혼이 없는 날은 너무도 지친다. 달리다 자신의 영혼을 기다리는 어느 인디언처럼 나도 내 영혼을 챙기려 한다.


이제 퇴근 중이다. 이상하게 한 것 별로 없는데 시간이 후다닥 간다. 진짜 바쁠 때는 어쩌나 싶다. 미리 걱정한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고 지금 한가할 때 누리자. 자질구레한 일도 익히고 사내 사람들과의 소통에도 익숙해져야겠다. 퇴근 시간이 되면 자동으로 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매번 같은 길과 같은 노선으로 이동하기 때문인 것 같다. 퇴근하고 집에 가서 널브러지지 말고 소소하게 나만의 시간을 가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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