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은 삶이 만든 최고의 발명품이다. 다른 사람이 바라는 대로 살아야 한다는 생각에 얽매이지 마라. 중요한 것은 자신의 마음과 직관을 따르는 용기를 갖는 것이다.” 스티브 잡스가 세상을 떠나기 전, 스탠퍼드대에서 한 졸업 축사이다. 죽음을 명쾌하게 정의하고, 어떤 삶을 살지 혜안을 주고 있다.
유한성을 가진 인간은 언젠가는 죽는다. 심리학자 에릭슨은 노년기에 “내 나름대로 잘 살아왔다.”라고 생각한다면 자아를 통합한 삶으로 본다. 반대로 “나는 왜 이렇게 살아왔나?”라는 생각이 든다면 절망감을 느낀다고 했다.
나는 자아통합을 하고 싶다. 세파에 흔들릴 때는 “삶의 끝자락에서, 나 스스로가 납득할 수 있는 삶이었다고 생각하도록 하자.”며 나를 부여잡는다.
교육자의 길을 걷는 나는, ‘50 앓이’를 했다. 오십이라는 나이를 쉬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반백 년이라는 인생 고개를 1년 앞두고, 한 달 예정으로 영국 버밍엄으로 떠났다. 깊은 내면의 나와 마주하다 오고 싶었다. 여정의 끝에 “내가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의미 있는 삶을 살자.”라는 생각을 품고 돌아왔다.
내가 ‘좋아하는 일’은 조선의 독서광 이덕무처럼 한없이 책을 읽는 것이다. ‘하고 싶은 일’은 글을 쓰는 일이다. 지금까지는 주로 말을 하는 입장이었다. 이제는 쓰기를 더 많이 하는 삶을 살고 싶다.
나에게 ‘의미 있는 삶’은 내가 하는 일이 그 누군가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것이다. 내 주위부터 사회, 세상에 도움이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을 터이다. 이는 내가 경험하고 알고 있는 것을, 좋은 관점과 메시지를 담아 전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2019년 5월 어느 날, ‘5060 환승 버스’라는 강연에서 국민연금 ‘Let's 1111’을 접했다. 책을 1주에 1권 읽고, 1년에 1권 쓰는 프로젝트란다.
나도 “1년에 한 권 책을 쓰자.”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늘 말하는 삶에 밀려 쓰는 삶은 뒤로 밀렸다. 말하기보다 쓰기를 더 생각하고 있던 차에 이 프로젝트를 만났다. 여기에 참가하려면 ‘작가탄생’을 거쳐야 한단다. 바쁜 일정이었지만, 절실했기에 지난해 늦가을에 참여했다.
‘작가탄생’ 과정 중 ‘에이블 뉴스’ 칼럼니스트 모집 소식을 들었다. 나는 일간지 칼럼니스트를 꿈꾸고 있던 터라, 주저 없이 지원하여 선정되었다. 1월부터 매달 3회 ‘장애와 교육’이라는 코너에 칼럼을 쓰고 있다.
‘작가탄생’ 마무리로, 85세 엄마에게 사진을 넣어 컬러로 된 소장본 책을 선물했다. 그 내용을 수정하여 <사랑은 안타까움이다>라는 제목으로 출간하기도 했다.
이후 국민연금 ‘긱워크연구소 연구원’이 되었다. 1월 말에 연구원 대상 ‘신중년독서코칭 워크숍’에 참가했다. 덕분에 병영독서 활성화 사업의 독서 코치로도 활동하게 되었다.
나는 글을 쓰고 싶어, 약 10여 년간 시민기자로도 활동하고 있다. 관심을 두고 있는 교육ˑ출판, 도서관 기획 기사를 주로 쓴다. 5년 정도는 다문화가정을 대상으로 쓰기도 했다. 또 ‘글 쓰는 삶’이라는 모임을 만들어 각자 쓴 글로 생각을 나누고 있다.
2015년에는 내 전공 분야 <아이가 보내는 신호들>이라는 책을 냈다. 이후 전국 강연을 했다. 우리은행 직원 100여 명을 대상으로 육아특강을 한 적이 있다. “힘들게 참석한 강연이었는데, 힘듦 이상의 만족을 얻은 정말 유익한 강의였다.”는 소감을 전해 들었다.
출간으로 강연뿐 아니라, 덕담까지 들었으니 이보다 더한 평생현역은 없을 듯하다. 내가 가치를 두고 있는,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데 작은 역할도 한 셈이니 보람도 크다.
쓰기는 특별한 사람만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많이 써보지 않아 익숙하지 않을 뿐이다. 가장 좋은 쓸거리는 각자 자기 삶의 경험이다. 중년․ 노년이라면 쓸거리는 풍성하다. 쌓아둔 경험을 잘 길어 올리면 된다. 잘 쓰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잘 살아가는 것이다.
나는 자연 속에서, 하고 싶은 일로 평생현역을 꿈꾼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매니저와 운전을 해주겠다는 동료도 있어 한걱정 놓는다.
* 이글은 우리은행 포스트에 게재된 글입니다. (사진도 게재 글에서 확인 가능)
최순자. 하고 싶은 일로 평생 현역이 가능하다?. 미리 준비하는 은퇴이야기, 우리은행 시니어 플러스. 2020. 3. 27.
출처:
https://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27843619&memberNo=38946978&navigationType=pu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