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였을까? 나는 “1년에 한 권씩 책을 쓰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머리로 생각만 했을 뿐 실천하지 못했다. 이제는 스스로에게 한 약속을 지켜야 할 때가 온 듯하다. 내 인생의 계절이 뿌리고 가꾼 것들을 차곡차곡 거둬들이고 수확할 시기가 왔다.
10여 년 전부터 책을 쓰기 위해 글쓰기 관련 책을 읽거나 강연을 찾아다니며 들었다. 칼럼과 기사쓰기, 베껴쓰기, SNS에 글 올리기 등도 했다. 10년이면 강산이 바뀐다고 했던가. 글쓰기에 꾸준히 관심을 두다 보니, 이제 책쓰기 윤곽이 어느 정도 그려진다.
내 이름 석 자로 처음 책을 낸 것은 번역서이다. 20년 전인 2000년이다. 나는 동경에서 발달임상학을 공부하고 있었다. 지도교수는 일본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발달심리학자 무토 다카시였다. 그가 쓴 책을 ‘발달심리학자 입장에서 본 조기교육론’이란 제목으로 번역했다.
이후 영유아교육, 다문화 등에 관한 공동 저서를 몇 권 냈으나, 단독 저자로 처음 쓴 책은 2015년 말에 나온 ‘아이가 보내는 신호들’이다. 나는 건강한 사회 만들기에 관심이 많다. 사회가 건강해지려면, 인간발달에서 중요한 시기인 아이들이 사랑받고 자라야 한다는 생각으로 쓴 영유아 심리와 육아에 대한 책이다.
지난해에는 85세 엄마가 평생 준 사랑과 둘이서 마음을 주고받은 내용으로 수필집 ‘사랑은 안타까움이다’를 냈다. 이 책은 많은 사람이 읽기를 바라기보다, 자식들을 위한 삶으로 허리뼈가 녹아버린 엄마에게 드리는 선물의 의미가 컸다.
지난해를 시작으로, 해마다 책을 엮어내고자 한다. ‘아이 마음 읽기와 긍정양육’이라는 가제를 붙인 육아서를 준비하고 있다. 초고를 출판사에 보낸 후, 1차 수정을 해서 보낸 상태이다. 몇 차례 오가면서 올 하반기에는 나올 수 있으리라 본다.
이 책 외에 이곳저곳 기고한 글이나 써 둔 글들을 주제별로 분류해 완성도를 높여 줄기에 달린 땅속 고구마를 캐내듯 한 권 한 권 차례로 묶어낼 예정이다.
주제는 마음이 아픈 사람을 만나 나눈 이야기, 다문화 교육, 한국 교육․보육의 문제점, 일본 유아교육, 부부의 삶, 자작시, 중년앓이로 떠난 영국생활, 안나푸르나․인도․스리랑카․인도네시아 등의 동아시아 여행기, 역사의 격동기를 보낸 학창시절, 어려웠지만 꿈을 꾼 청소년기, 내가 살아가고 있는 곳의 사람과 자연 이야기 등이다.
1년에 한 권씩 책을 엮어내기 위해서는 이미 써둔 글을 다듬어가는 일과 더불어, 매일 일정량 글을 써야 한다. 또 글을 쓰기 위해서는 글의 소재가 될 만한 삶을 살아가는 것이 그 무엇보다 우선이라 생각한다.
나는 왜 글을 쓰고 책을 내고자 하는가를 생각해 본다. 인생은 결국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자아를 찾는다는 것은 자기 생각과 의견을 표현하는 것이라 본다.
자기를 표현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노래하기, 춤추기, 말하기 등이다. 나는 그동안 주로 말하기로 나를 표현해 왔다. 그러나 말하기는 교재가 있고, 거기에 내 생각을 덧붙인 경우가 많으므로 온전한 내 생각이라 할 수 없다.
글을 쓴다는 것은 내 생각을 중심으로,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말을 차용하기 때문에 주인은 나다. 그래서 나는 글쓰기야말로 가장 자기다움을 표현하는 방식이고, 자기답게 살아가는 방법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하늘의 뜻을 안다는 ‘지천명’ 후반부터는 매년 적어도 한 권의 책에 오롯이 내 생각을 담아내고자 한다. 살아 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짧아졌다. 이제는 더 미룰 수 없는 내가 해야 할 일이다. 생각이 발에 이르는 먼 여행을 떠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