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7. 약사의 실수, 의도, 암시 중 어느 것일까?

by 최순자

나 자신은 건강 체질이라 생각한다. 아직까지 크게 아파본 적이 없다. 혹시 하고 보험회사에 근무하는 지인들의 권유로 보험을 들기는 했으나 어떻게 사용될지는 나도 미지수다. 그런 내가 최근 종종 먹고 있는 약이 있다. 방광염 약이다. 약 3년 전 어느 날 소변에 혈흔이 보이고, 소변을 봐도 금방 다시 화장실을 가야 했다.


깜짝 놀라 산부인과를 찾았다. 많이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다행히 진료 결과 방광염이라 한다. 의사는 몸을 무리하면 올 수 있다고도 했다. 몸이 신호를 보낸 것이다. 긴 시간 앉아 글을 쓰거나 강의 준비를 하는 것들이 원인이지 않을까 싶다. 간호사에게 주사를 맞았다. 처방서를 들고 약국에 가서 약을 받아와서 먹었다.


방광염의 특징 중 하나는 한 번 걸리면 자주 그 증상이 나타난다는 얘기를 들었다. 근본적인 치료법은 잘 모르겠지만, 무리하지 말고, 잘 먹고 잘 자고, 잘 쉬고, 운동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 이런저런 일을 집중해서 해야 할 때는 하루 15시간 넘게 앉아 있을 때도 있다. 그러다 보면 여지없이 신호가 온다.


지난해 처음 도전한 동화 쓰기를 할 때도 방광염 증상이 나타났다. 약국을 찾았다. 부부 약사였다. 한 분은 병원에 가서 주사를 맞으라 했다. 다른 분은 "이걸 3일 정도 먹어보세요. 그래도 낫지 않으면 병원에 가보세요."라며 한약 성분의 약을 권했다. 매일 빠트리지 않고 꼬박꼬박 정해진 개수를 먹었다. 마지막 날 한 알이 부족했다. 그런가 보다 했다.


지난해 연말 책 쓰기와 학교 성적 마무리 등으로 일이 겹쳤다. 무리했나 보다. 다시 방광염 증상이 나타났다. 또 다른 약국을 찾았다. 약사는 두 종류의 약을 꺼내왔다. 하나는 국내산이고, 다른 하나는 캐나다산이라 했다. 캐나다산이 조금 더 비쌌다. 나는 “더 좋은 거니까 비싸겠지!” 하고 캐나다산을 사 왔다.


약사에게 약 말고 근본적으로 치료할 방법을 물었다. 그랬더니 "무리하지 말고 몸에 좋지 않은 밀가루가 들어간 음식이나 카페인 성분을 먹지 말고 좋은 물을 마시세요."라고 했다. 좋은 물은 어떤 물인지 물었다. "국간장이나 소금을 조금 넣어 마시세요."라고 한다. 한동안 그 방법으로 좋은 물을 챙겨 먹었다. 3일분 용으로 받아 온 캐나다산 약도 거르지 않고 챙겨 먹었다. 그러다 어느 날 약의 유효기간을 우연히 봤다. 몇 개월이 지났다. 난 그것도 모르게 거의 다 먹었다. 약국에 가서 얘기할까 하다 그냥 뒀다.


최근 대학 개강으로 강의 준비와 강의로 몸과 마음이 분주하다. 게다가 학회 회장 업무도 더해졌다. 내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고 다시 신호를 보냈다. 방광염 증상이 나타났다. 며칠 전 보육교사 대상 줌으로 하는 비대면 강의 중 소변을 참느라 힘들었다. 쉬는 시간에 약국을 찾았다. 밤 8시 전이었다. 전에 유효기간이 지난 약을 팔았던 약국을 먼저 갔다. 가까운 거리에 있기 때문이었다. 약국은 불이 꺼져 있다.


문을 열고 있는 곳이 있겠지 하고, 다른 약국을 찾았다. 본래 은행 자리였는데, 그 자리에 약국과 카페가 들어선 곳으로 갔다. 젊은 약사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약을 살 수 있다는 생각에 반가웠다. 3일분 약을 받아왔다. 하루에 두 번 아침저녁으로 3알씩 오늘까지이다. 오늘 아침에 약을 먹기 위해 간단히 밥을 먹고 3알을 먹고 나니 두 알이 남았다. 또 한 알이 부족한 것이다.


공교롭다. 약사들의 실수일까? 의도일까? 아니면, 약국을 자주 찾지 말라는 어떤 암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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