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부부 사이 배려와 독서 감상 나눔

by 최순자

자신의 할 일을 잠시 접어두고

함께 하는 시간을 갖기도

부부로 살다 보면 함께 시간을 공유해야 할 때가 많다. 결혼을 한 사람으로 원가정에서 부모를 떠나 사는 사람이라면, 또 자녀가 없거나 자녀가 독립한 사람이라면 더구나 그렇다.


코로나19는 인간의 삶의 방식을 생각하게 하고, 또 바꿔놓고 있다. 내가 운영하는 연구소 단톡방에 오랫동안 일본에서 인간발달과 교육학을 전공한 교수는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


“인간이 얼마나 미약한지 자연 앞에 미약해지는, 엄마들은 채소를 다듬어 의식을 치르듯 집밥을 만들고, 종교는 고독을 수행처럼 공부하는 시간을, 위기에 진정 공동체와 사회를 위하는 행동이 무엇인지 냉철하게 바라보는 눈을, 일찍 귀가하여 가족과 보내는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배우는 기회가 되어야겠습니다.”


이 글에 나도 공감하며 다음과 같은 글을 덧붙였다. “바이러스는 인간에 의한 생태계의 역습인 측면이 있다고 봅니다. 그러기에 환경과 기후 변화에 관심을 두고, 앞으로 우리가 어떤 삶의 방식을 취할지 모두가 고민하는 배움의 시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외 손 자주 씻기, 외출 시 마스크 착용,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개인 위생은 물론 혹여 나로 인해 민폐가 되지 않도록 하는 주의도 필요하다.


내 경우도 코로나19로 본래는 오늘부터 시작했을 대학 강의 2주 연기, 어린이집 원장과 교사 교육 무기한 연기, 예비보육교사 교육 2주 연기, 상담과 부모교육, 아동발달 세미나 등도 연기된 상태다. 이 와중에 움직이며 하는 일은, 1주에 한 번 나가는 교육재단 업무, 독서(도서관에서 휴관 전 신간 27권 빌려옴), 글쓰기이다.


교육재단에는 1주에 한 번 나가는데 지난주는 도로의 차량정체를 고려하여 새벽에 나가 보육 관련 업무 처리와 더불어 기고 중인 ‘장애와 교육’ 칼럼쓰기 등을 했다. 마스크와 사회적 거리두기는 염두해뒀다. 일요일에는 종교행사가 당분간 취소된 까닭에, 스스로를 격리할 수 있는 공간에 나갈 참이었다. 그러다가 남편과 운동 차원에서 코로나19 개인 수칙을 고려하여 사람이 적게 찾는 길을 걷기로 했다.


산길을 함께 걷다

마스크 착용, 거리두기는 필수


집 가까이에 있는 살래길을 걷기로 했다. 살래길은 파주 헤이리 근처 금단산에 조성된 길이다. 엉덩이를 ‘살래살래’ 흔들며 걸을 수 있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찾는 사람이 적어 한적하고 흙길이고 한 시간 반 정도로 걷는 시간도 적절해서 우리 부부가 종종 찾는 곳이다.


나가기 전 식사를 하자며 남편이 일본 교수에게 받은 도기로 된 큰 접시를 꺼내더니, 전날 자신이 준비한 두부와 시누이가 보내준 김장 김치를 주 메뉴로 점심을 차렸다. 우리 집은 암묵적 규칙 중 하나는 누군가 식사를 준비하면 설거지는 식사를 준비하지 않는 사람이 하는 편이다. 그래서 설거지는 내가 하고 함께 마스크를 쓴 채 걷기를 나섰다.


살래길 입구에 들어서자 누군가 작은 돌로 만들어 놓은 조형물들이 있다. 나무에는 조형물을 만들 때 사용한 듯한 목장갑이 걸려있다. 조형물은 만든이 자신을 위한 것일까, 아니면 산을 찾은 사람들을 위한 걸일까. 자연을 위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곳의 자연과는 어울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연 속에 인위적인 것이 놓여있어 내 눈에는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그 누군가의 정성은 갸륵하다.


평소에는 한산한 산길이 오늘은 제법 찾는 이들이 많다. 코로나19 여파로 집에만 있기 힘들고, 종교행사가 취소된 까닭일까. 남편은 직장 동료를 만나기도 했다. 그 동료도 “집에만 있기 답답해서 나왔어.”라고 한다. 물론 거리두기를 한채였다.


평상시에는 한 시간 반 정도 거리의 한 바퀴 돌고 오는데, 그동안 운동을 제대로 못 한 데다 흙먼지를 털어내는 곳을 들르고자 조금 더 걸었다. 시간은 약 두 시간 정도가 소요됐다. 그래도 만보가 되지 않은 8천여 걸음밖에 되지 않았다.


각자 할일 후 대화를 나누고

하고 싶어 하는 일은 지지한다.

집에 돌아와 씻고, 남편과 나는 각자 자기 할 일을 했다. 나는 서재에 들어와 칼럼베껴쓰기, 자유베껴쓰기, 메일 체크 등을 했다. 남편은 거실에서 독서를 하는 듯 했다. 한참 할 일을 하는데 남편이 저녁을 먹자고 한다. 어찌하다 보니 오늘은 남편이 점심과 저녁을 준비했다.


우리집에서 시장보기는 바쁜 나보다 주로 남편이 한다. 엊그제 고등어를 사 와 냉장고에 넣어 두더니, 그 고등어를 넣어 김치를 넣고 조림을 해서 상을 차려놨다. 요즘은 식탁보다 주로 거실에 있는 탁자에서 TV를 보며 토론을 겸한 식사를 한다. 오늘은 두 가지 문제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우리 사회에서 신천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더불어민주당에서 비례정당을 만들지도 모른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였다. 이런 식으로 우리 부부 대화는 개인적 문제도 있지만, 사회, 정치, 문학 등의 문제까지 망라한다.


대화를 나눌 때 다른 때와 달랐다면, 코로나19 여파로 서로 얼굴을 마주보기보다 의식적으로 다른 쪽을 보고 얘기를 한다는 것이다. 얘기를 나누다 보면 얼굴을 마주 볼 때가 있으나 나는 남편에게 얼굴을 다른 쪽을 돌리고 말하라고 요청한다. 그러면 남편은 자신의 인권이 제한되고 있다고 농담한다.


내가 더 예민한 것은 코로나19로 마스크를 쓰고 업무를 본다지만 남편은 불특정인을 만나는 경우도 있기에 신경이 쓰인다. 게다가 나는 곧 개학하게 되면 많은 학생을 만나야 하기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


저녁 식사 후 나는 설거지를, 남편은 요즈음 복용하고 있는 ‘ABC 주스’를 만든다. ABC는 사과, 비트, 당근을 갈아 만든 주스로 지방분해에 좋다는 방송을 보고 복용하기 시작했다. 남편은 전용 그릇까지 사 와 담아둔 뒤 꾸준히 먹고 있다. 나는 먹다 말다 했는데 앞으로는 꾸준히 먹어야겠다고 생각을 하고 내 전용 그릇을 남편 옆에 갖다 놓았다.


잠시 뉴스를 보다 남편은 내일부터 매주 월요일은 유연근무를 신청했다며 일찍 잠자리에 들어간다. 유연근무는 본래 9시까지 출근하던 것을 한 시간 앞당겨 출근하고 대신 퇴근을 한 시간 일찍 한다. 코로나19로 개강이 늦춰졌는데, 정년을 3년 남겨 둔 남편은 정년 후에 하고 싶은 일 하겠다며, 그동안 벼르던 ‘인권’ 공부를 위해 관련 대학원에 들어갔다. 나는 인생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에 남편의 진학을 지지하고 힘이되주고자 한다. 대학원 수업이 월요일과 목요일 밤이다. 목요일은 퇴근 후 가도 괜찮을 시간인데 월요일은 오후 6시 30분부터라 유연근무를 신청한 모양이다.


다시 학생의 신분이 된 남편을 통해, 2주 후 만날 대학생과 대학원생들을 만나면 느낌이 달라질 것 같다. 새삼 대학원 등록금이 비싸다는 생각도 했다. 입학금, 수업료 등을 포함하여, 한 학기 등록금으로 약 7백만 원을 냈다. 물론 배움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할 수 없지만, 자본주의에 물든 사립대학의 현실이라는 씁쓸함도 지울 수 없다.


독서와 독서 감상 나눔

나는 남편이 들어간 뒤 거실 탁자에 앉아 책을 펼쳤다. 밤 9시부터 새벽 2시 정도까지 세 권을 읽었다. 지금 내가 원고 수정을 하고 있는 아동발달과 부모교육 관련 도서들이다. 한 권은 엄마들 입장에서 공동으로 쓴 육아서, 다른 한 권은 일본 저자가 자신의 육아 경험을 쓴 책, 다른 한 권은 미국 논픽션 작가가 아빠 입장에서 육아 경험을 쓴 책이다.


내가 잠자리에 들어가자 남편이 잠에서 깼는지 뭐 했느냐고 말을 건넨다. 내가 책 세 권을 읽었다고 하니, “나는 며칠 읽을 것을 몇 시간 만에 읽었네.” 하면서 “내용 정리를 할 수 있겠어?”라고 묻는다. 서로 얼굴은 마주보지 않고 나는 천장을 보고, 남편은 돌아누운 벽쪽을 본 상태에서 나는 잠시 생각을 한 뒤 읽었던 책을 요약해서 전했다.


“엄마들 입장에서 쓴 책에서는 ‘육아에는 정답이 없다. 부모 각자의 철학이 중요하다.’ 이고, 일본 엄마가 쓴 책에서는 ‘아이에게 살아 있어도 된다.’는 메시지 주는 것을 육아 포인트로 생각하고 있고, 미국 아빠는 ‘세 명의 아이를 키우며 아이들이 동생이 태어날 때 부모들의 사랑이 동생에게 간다는 것을 알고 불안해.’”


세 번째 책에서 읽은 사례도 전했다. “둘째 아이가 하루는 유치원 운동장을 우울한 모습으로 걷고 있었어. 그 모습을 본 선생님이 이유를 묻자 아이가 말해. ‘동생이 태어나면 엄마랑 아빠가 그만큼 나를 사랑하지 않을 거예요.’라고. 선생님이 아이에게 어떻게 그걸 아는지 묻자 아이가 대답해. ‘언니가 그랬어요.’라고.” 여기까지 전하자 남편이 “아이들도 다 알고 있는 거지.”라고 맞장구치더니 다시 잠을 청한다. 나도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잠들었다.


남편에게는 몇 마디로 세 권의 책을 요약해서 전했지만, 나는 읽으면서 이면지를 활용해 A4 용지 반장 크기에 6장을 메모했다. 손으로 메모한 내용은 내 홈페이지 ‘1년에 100권 읽기’에 올리고, 다시 그중에서 회원들과 같이 읽었으면 하는 내용은 ‘독서추천 독서록’ 메뉴에 올린다. 또 강의나 강연, 글쓰기, 책쓰기에서 나에게 의미 있었던 메시지는 녹여낼 것이다.


* 이 글은 다음 카페에 올린 글입니다. (사진 확인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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