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단톡방에 어머니랑 같이 사는 동생이
어머니가 그리신 그림이라며 올렸다.
내가 지난해 여름, 어머니께 치매 예방하시라고
색연필과 스케치북을 사드렸다.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조심스러워 찾아뵙지 못하고 있다.
어머니도 댁에만 계셔 답답해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신듯하다.
그림을 보고 전화를 드렸더니,
가만히 연구(상상)해서,
볼펜으로 밑그림 그린 후 색연필로 칠하셨다고 한다.
그림 중, 태극기는
"세계 국기 중 우리나라 태극기가 제일 잘 생겼다."라고
하신 평소의 생각을 그리신 듯 하다.
독립운동을 하셨던 시댁 어르신께도
만주에서 돌아올 때 가슴에 태극기만 품고 왔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이런 태극기가 정치적으로 변해 가는 게 아쉽다.
어머니는 평생 농사를 지으신 분이다.
나는 어머니 그림을 보고 깜짝 놀랐다.
처음 그리신 것인데 구도, 색상이 좋고 섬세하다.
동생도 도(道) 그림전에서 대상을 받고,
초등학교 1학년 때 그린 해바라기를 담임이 태극기 대신
자신의 그림으로 바꿔 교실에 걸어두었다는데,
어머니 그림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주변에 카톡으로 공유했더니 찬사가 이어진다.
뭉클하다, 치유력이 있는 그림이다,
꽃 그림과 대파가 인상적이다, 미소가 저절로 나온다,
색만 더 진하게 칠하면 유명한 화가 호크니 이상일 듯하다,
새, 사람 그림을 보니 계속 그리시면 좋을 것 같다,
화가가 되실 것 같다, 아이들이 그린 것처럼 평화롭다,
참으로 사랑스러운 그림, 어머니가 좋아하시는 일 천천히 하시길, 늦을 때란 없다,
한 영혼의 소중한 재능을 발견한 시간이다,
믿기지 않는다, 대단하다, 밑그림이 흔들리지 않았다(사위),
심리적으로 통합되어 안정적, 만다라 통합을 하고 있다(심리치료사),
너무 잘 그리셨다, 색채가 좋고 편안하다(미술지도 교수),
참 마음이 고우시고 예쁘시다, 색감이 좋고 복이 많이 느껴진다(화가1),
그림이 대단하다, 그 연세에, 순수함이 엄청나게 풍긴다(화가2),
벅찬 설렘을 받았다는 표현만으로도 부족한 행복을 주다,
굴곡진 힘없는 손으로 세월을 그려내신 어머니의 뜨락은 감히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넓고 깊은 퍼시픽이었다, 국가와 민족을 사랑하는 어머니,
그림을 하나하나 보고 또 보고 존경하는 미국 국민화가
그렌마 모비스를 떠올리다, 오래도록 어머니의 그림을 보고 싶다(화가3)
또 제안한다.
유튜브로 제작해라,
어머니 목소리 넣어서 동영상으로 제작해라,
그림책 만들라,
아이들이 그린 것처럼 평화롭다,
전시회 열어드려라,
책 표지로 써도 될 것 같다.
75세에 화가가 되어 100세까지 사랑받은 미국 모비스 할머니
처럼 될 것 같으니 계속 그림 그리게 하라.
동생에게 지금 사용하고 있는 색연필보다 두꺼운
크레파스를 사다 드리라고 부탁했다.
우선 더 그리시게 하고 나중에
그림 좀 그린다는 가족들과 '가족 전시회'를 열어드리려 한다.
작품집도 만들어 드리고,
조만간 소박한 화실도 마련해 드려서
화가로 생을 마무리하게 해드려야겠다.
코로나19는 한 어르신의 삶을 이렇게도 바꿨다.
* 86세 어머니 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