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0. 암탉이 40일간 병아리를 먹여 살리듯, 영아는

by 최순자

부모교육 & 교사교육 전문가 최순자 박사 347회 칼럼

최순자(2022). 암탉이 40일간 병아리를 먹여 살리듯, 영아는 절대적 보살핌이 필요하다 . 국제아동발달교육연구원. 2022. 8. 1.


무의식적 흡수기.PNG

“암탉은 알을 품는 25일간 식음을 전폐하듯 해요. 오로지 알이 부화하는 데 온 신경을 쓰죠. 그러다 병아리가 나오면 40일간 먹거리를 물어다 주죠. 이후는 내쫓고요.”

정치를 하다 지금은 고향에서 농사를 짓는 분을 찾아가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그는 닭을 몇 마리 집 근처에 풀어놓고 키우고 있다. 닭의 생리를 관찰하고 전해준 얘기다.


몬테소리 교육법을 창시한 이탈리아의 마리아 몬테소리는 생후 1년, 길게는 3년의 아이를 ‘정신적 태아’ 또는 ‘영적 태아’라 했다. 엄마 배 속 아이를 ‘육체적 태아’라 한다면, 태어난 이후는 정신 발달을 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로 봤다. 동경 유학 중,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본부를 둔 국제몬테소리교사자격(AMI)을 취득하기도 했다. 졸업식 때 캐나다에서 몬테소리교사양성과정을 운영하던 몬테소리 손녀가 와서 특강을 했다. 그는 몬테소리가 출생 후 1년을 특별히 강조했음을 메시지로 전했다.


이 시기 아이는 내적 설계도를 갖고 있으므로 어른이 할 일은 “아이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흡수하는 정신이 발달하도록 돕는 것이다(몬테소리, 흡수하는 정신).”라고 했다. 흡수하는 정신을 돕는다는 것은 정신적 발달을 돕는 것이다. 이때 도움이 제대로 제공될 때만 훌륭한 건축을 완성할 수 있다고 봤다. 몬테소리는 이 시기는 무의식적 흡수기로 의식적으로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지를 삶 자체로 흡수한다고 했다. 이를 므네메(Mneme)라고 한다. 아이는 영아기의 정신적 발달을 토대로 이후 기억력, 이해력이 발달해 간다고 했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것은 돕는다고 해서 아이를 수동적인 존재로 봐서는 안 된다. 몬테소리는 아이의 울음은 “나 스스로 할 수 있게 도와주세요.”라는 신호라고 했을 정도로 아이를 자율성 추구 존재로 봤다. 그러므로 환경은 “아이들이 해보고 싶은 흥미로운 요소가 많아야 한다.”라고 했다. 이는 2019년부터 변경된 우리나라 ‘놀이 중심 보육·유아 교육과정’ 운영 맥락과 같다.


몬테소리는 “잘 준비된 교사는 아이에게 최악의 교사이다. 자기 뜻을 아이에게 강요하지 않고, 아이를 유심히 지켜보면서, 아이들을 위한 준비를 하고, 그런 다음에 아이들이 스스로 하도록 하는 것이 교사의 역할이다.”라고 했다. 교사라는 말을 부모로 대체시켜도 무방하다. 몬테소리 국제자격 과정 공부를 할 때 교육생을 마치 아이 관찰하듯 관찰하고 한 달에 한 번 불러 편지(관찰일지라고 해도 됨)를 써 주던 동경국제몬테소리교사양성센터 마쯔모토 시즈코 소장이 떠오른다.


암탉이 40일간 병아리를 먹여 살리는 기간을 몬테소리가 말한 ‘정신적 태아기’라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몬테소리는 아이의 정신적 발달은 돕는 교육 방법은 자연이 법칙을 정한다고 봤다. 정신적 태아기 때 자연법칙의 교육방식은 암탉이 보여주듯이 절대적 보살핌이라 본다. 보살핌은 편안하고 따뜻한 눈 마주침, 접촉, 공감과 적절한 자극이 있어야 하고, 환경은 즐겁고 아름다워야 한다(몬테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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