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교육 & 교사교육 전문가 최순자 박사 402회 칼럼
최순자(2023). 따뜻함이 참 좋거든요. 국제아동발달교육연구원 공명재학당. 2023. 2. 7.
“제가 20년 넘게 교수님을 쫓아다니는 이유는 따뜻함 때문이거든요. 따스함이 좋고 마음가짐을 강조하는 부분이 존경스럽기도 해요. 보육교사 과정 후 전공이 다른 저에게 보육 공부를 전문적으로 하라고 해서, 교수님이 관련하는 곳에서 학사과정을 했어요. 또 이번에 대학원 공부까지 하게 됐어요. 그 외에 교수님이 개별적으로 하시는 교육과정에 참여했고, 세미나에도 늘 함께하고 있지요.”
2012년에 만나 20년 넘게 함께 해온 보육교사가 한 말이다. 처음 그를 만났을 때 그는 유치원, 어린이집 특기 강사였다. 낮에는 일하고 밤에 보육교사 국가자격증 공부를 하러 왔다. 어느 날 “저의 시어머니가 담근 김장 김치인데, 정말 맛있어요. 꼭 교수님께 드리고 싶어요.”라고 먼저 따뜻한 마음으로 내게 다가왔다. 나는 답례로 영화를 볼 수 있는 표를 건넸다. 서로의 마음을 주고받으며 세월의 징검다리를 건너고 있다.
내가 걸어오면서 만났던 사람들을 생각해 본다. 따스한 분위기의 사람, 가슴이 따뜻한 사람이 기억에 남는다. 단 한 번도 딸자식에게 화내지 않고, 중학생이 된 딸의 귀가를 마을 어귀에서 기다리던 아버지, 시인이던 부군의 시집을 건네주시고 구순이 넘어 돌아가시기 전까지 제자를 위해 기도해 주시고, 미세먼지에 노출하지 말고 오래 살라며 걱정해 주신 여고 3년 때 담임선생님, 전공을 바꿔 다른 공부를 한 제자를 모교에 강사 자리를 마련해 주신 대학 은사님, 나를 지도한 게 보람이라며 외국인으로 답안 작성을 천천히 하던 제자를 기다려주신 은사님, 퇴임 후도 일본 영유아 교육의 따끈따끈한 소식을 알려주시는 은사님 등이 뇌리를 스친다. 이분들의 따뜻함, 따스함이 내가 살아가는 데 힘이 되어주고 있음이 틀림없다.
따스한 햇살과 햇볕은 이별의 아픔도 견뎌내게 해주고,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해주기도 한다. 정승환과 수지가 부른 ‘대낮에 한 이별’ 가사 중, “죽을 것 같아서 정말 숨도 못셨었어. 근데 햇살이 밝아서 햇살이 밝아서 괜찮았어.” 이별의 순간에도 따스한 햇살이 그나마 위안이 되었던 것이다. 지난 2016년에 세상을 떠난, 우리에게 ‘처음처럼’을 각인시켜 준 고 신영복 교수는 정치적 사건으로 감옥에서 20년을 보냈다. 그때 주고받은 서신을 묶어낸 옥중서간집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 있다. 거기에 이런 내용이 있다. “겨울 독방에서 만난 신문지만 한 햇볕을 무릎 위에 받고 있을 때의 따스함은 살아 있음의 어떤 절정이었다.” 추운 곳에서 겨울을 나면서, 극한 상황에 놓인 지성인의 고뇌를 다 이해할 수 없지만, 겨울 독방의 햇볕의 고마움은 나도 어느 정도 알 수 있을 것 같다.
상담에서 ‘지도 이전에 관계 맺기가 먼저이다.’라는 말이 있다. 관계 맺기는 따스한 마음을 주고받는 것을 말한다. 영아들도 교사가 따뜻한지 그렇지 않은 줄을 안다. 하물며 유아들은 어떻겠는가? 가정을 떠나 처음 만난 선생님이 따뜻했다는 기억으로 남도록 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