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순자 Feb 08. 2023

398.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있을 때 제일 밝더라고요

부모교육 & 교사교육 전문가 최순자 박사 403회 칼럼

최순자(2023).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있을 때 제일 밝더라고요. 국제아동발달교육연구원 공명재학당. 2023. 2. 8.



“지금 만 3세 반을 맡고 있어요. 저희 반에서 신경 쓰이는 아이는 두 명 있어요. 한 명은 할머니와 지내는데 말을 못 하는 남자아이예요. 치료실에 다니고 있어요. 또 한 명은 여자아이인데 말을 잘못하고 자율적이지 못해요. 엄마가 주양육을 하시는데, 아이가 스스로 하게 하는 게 아니라 뭐든지 그냥 다 해주세요.”


어린이집 보육 실습지도 중 보육교사에게 반에서 교사 입장에서 조금 신경 쓰이는 아이가 있느냐고 물었다. 그때 나온 대답이다. 교사가 신경 쓰인다는 아이 행동의 원인은 대답 속에 들어 있다.


말을 못 하는 아이의 양육환경 중 눈여겨봐야 할 것은 할머니와 지낸다는 것이다. 물론 할머니와 지내는 모든 아이가 말을 못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 할머니가 아이와 아이의 언어로 상호작용을 잘하지 못하고 있으리라는 추측을 해볼 수 있다. 가정에서 어떤 양육을 하고 있는지까지는 확인을 못 했지만, 아마 언어적 상호작용보다 스마트폰이나 TV 등에 노출되고 있을 확률이 높다.


또 자율적이지 못하고 말을 잘못하는 아이 경우도 주양육자인 엄마의 행동에서 아이 행동의 원인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아이 스스로 밥을 먹거나, 신발을 신거나, 옷을 입게 하는 것이 아니라 다 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아이는 자연스럽게 어린이집에 와서도, 집에서 엄마가 다 해주듯이 선생님이 해주리라고 생각하고 자율적이지 않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두 아이의 발달을 위해 교사에게 한 제안은 또래 관계 형성을 신경 써달라는 부탁을 했다. 식사나 간식 시간에 반에서 말 잘하고 친절한 아이, 스스로 하는 아이를 말을 잘못하고, 자율적이지 못한 아이 옆에 앉게 해주고, 그 관계가 다른 놀이 활동에도 확장되도록 배려하게 했다. 여기서 식사나 간식시간 관계 배려를 주문한 것은 음식을 먹을 때 심리적으로 가장 가까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도쿄 유학 시 선배 중 한 명은 대학원 박사 논문으로 점심시간에 아이들이 누구랑 앉으려고 하는지를 관찰하여 또래 관계를 분석하는 논문을 집필했다. 누구랑 앉으려고 하는지를 본다는 의미는 우리처럼 미리 고정된 자리를 만들지 않고, 그날 아이들이 기분에 따라 친구를 찾아 앉게 하려는 의도이다. 우리도 고정 좌석으로 하지 말고 아이들에게 선택권을 주되, 특별히 사례 속 아이들처럼 배려가 필요한 아이들은 교사의 교육적 의도로 아이들이 모방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아이들 발달에는 어른보다 또래가 관계가 중요하다고 했던 스위스의 인지발달학자 피아제를 언급해 주면서 특별히 그 점을 간과하지 말 것을 권면했다. 그랬더니 교사가 손뼉을 치면서, “맞아요.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있을 때 제일 밝더라고요.”라고 했다. 맞다.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있을 때 행복하고, 자연스럽게 모방을 통한 배움이 이루어진다. 나도 어느 성장기까지 어른보다 비슷한 나이의 친구가 더 좋았다.


매거진의 이전글 397. 따뜻함이 참 좋거든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